승자는 날듯이 포효했고 패자는 허탈한 표정으로 모래판에 무릎을 꿇은 채 일어설 줄 몰랐다.
‘기술씨름의 달인’ 황규연(26·신창건설)이 ‘돌아온 골리앗’ 김영현(25·LG투자증권)을 뿌리치고 생애 첫 천하장사 패권을 거머쥐었다.
17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01천하장사씨름대회 결승전(5판3선승제).
황규연과 김영현이 2판씩을 나눠 가진 뒤 열린 마지막 다섯번째 대결. 황규연은 휘슬이 울리자마자 밭다리로 김영현을 공략했고 김영현은 ‘장기’인 밀어치기로 되받았다. 첫 ‘맞불’이 무위에 그치자 두 장사는 서로 밀어치기로 다시 맞섰고 힘이 맞부딪치는 순간 둘은 모래판으로 함께 쓰러졌다. 둘은 서로 모래판에 늦게 닿으려고 몸부림쳤다. 결국 승자는 쓰러지던 중 절묘한 뿌려치기로 상대의 오른무릎을 먼저 꿇린 황규연.
‘귀공자’ 황규연이 2m17의 ‘거한’ 김영현을 3-2로 따돌리고 95년 데뷔 이후 첫 천하장사 타이틀을 획득하는 순간은 이처럼 극적이었다. 95년 10월 민속씨름에 뛰어든 황규연은 지역장사 1회, 백두장사 3회, 번외장사 3회 등 모두 7차례 황소 트로피를 차지했으나 천하장사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황규연은 4월에 허리를 다쳤지만 서서히 기량을 회복해 올 시즌에만 지역장사(천안)와 백두장사(영암) 타이틀을 각각 한차례씩 차지한 데 이어 천하장사 타이틀까지 따내 씨름인생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39대 천하장사의 상금은 5000만원.
첫 판을 잡채기로 먼저 잡은 황규연은 김영현의 밀어치기에 둘째 판을 내줬다. 황규연은 세 번째 판에서 특유의 유연한 허리로 김영현의 밀어치기를 뿌려치기로 막아내며 앞서갔으나 또다시 밀어치기로 한판을 내줬다.
황규연은 8강전부터 험난한 벽을 잇따라 돌파해 우승의 의미를 더했다. 황규연은 신봉민(현대중공업)에게 첫 판을 내준 뒤 내리 두 판을 보태 2-1로 역전승했고 준결승에서도 올 시즌 ‘무관의 제왕’ 이태현(현대중공업)에게 2-1로 역전승했다.
2년 만에 천하장사 복귀를 꿈꾸던 김영현은 9월 천안장사 결승에서 이태현을 고의로 밀어 장외로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뒤 3개월 만에 모래판에 복귀했으나 ‘황규연 돌풍’에 명예회복을 뒤로 미뤄야 했다. ▽2001천하장사대회 순위〓①황규연(신창건설) ②김영현 ③김경수(이상 LG) ④이태현 ⑤신봉민(이상 현대) ⑥윤경호(신창건설) ⑦백승일 ⑧염원준(이상 LG)
yjongk@donga.com
▼“홀어머니 생각하며 펑펑 울었다”천하장사 황규연▼
“홀로 계신 어머니가 생각나서 펑펑 울었다. 천하장사는 하늘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내하며 성실하게 운동한 것에 대한 보상인 것 같다. 그동안 믿고 도와준 주위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생애 첫 천하장사 타이틀을 거머쥔 황규연은 김영현을 누인 뒤 어머니를 생각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황규연은 ‘씨름의 황제’ 이만기 인제대교수의 수제자. 이 때문에 씨름선수론 아담한 1m84, 135㎏의 체격이지만 유연한 허리로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기술씨름으로 ‘거구’들을 보기 좋게 넘어뜨린다.
그동안 숱한 역경을 딛고 최근에야 빛을 발하고 있다. 95년 10월 세경씨름단에 입단해 민속씨름에 데뷔했으나 97년 1월 현대로 옮긴 뒤 99년 7월 삼익캐피탈(해체), 2000년 2월 신창건설로 계속 둥지를 옮기느라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그러나 신창건설에서 마음의 안정을 이루며 기량도 성장했고 올 4월에는 허리를 다치는 불운이 따랐지만 뼈를 깎는 재활훈련을 거쳐 마침내 천하장사까지 올랐다.
▼황규연은 누구▼
·생년월일:1975년 11월 8일
·소속:신창건설 코뿔소 씨름단
·입단일:2000년 2월 2일
·체격:키 1m84, 몸무게 135㎏, 가슴 둘레 1m28, 허리둘레 42인치, 허벅지둘레 31인치, 신발 290㎜
·출신학교:서울독산초등학교→연신중 →동양공고→인제대
·특기:들배지기, 안다리
·취미:스킨스쿠버, 스노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