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로기구(IHO)가 1953년 발간한 ‘해양의 경계’세번째 개정판에 실린 지도.
일본의 한반도 강점으로 세계의 상당수 지도에서 사라진 ‘동해(East Sea)’의 명칭을 되찾을 기회가 반세기 만에 찾아왔으나 일본의 반대로 무산될 처지에 놓여 있다.
전 세계 해역 명칭의 표준화를 관장하는 국제수로기구(IHO)는 내년 4월 약 50년 만에 공식 책자인 ‘해양의 경계’ 네 번째 개정판 발간을 앞두고 있으나 일본 정부가 ‘일본해(Sea of Japan)’ 이외의 명칭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IHO는 지난해 1월 열린 지명전문가회의에서 ‘동해’ 표기와 관련해 “추세에 따라 일본해-동해로 병기하는 방안을 IHO 이사회에 권고하겠다”는 보고서를 냈으나 일본이 반발하자 “회원국들이 최종 결정토록 하겠다”고 보고서를 수정했다.
일본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 1953년 세 번째 개정판 이후 처음 바뀌는 IHO 공식책자에 ‘동해’가 계속 ‘일본해’로 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해양의 경계’에 수록된 해역 명칭은 대부분의 국가가 지도와 해도를 제작할 때 기준으로 인용된다”며 “‘일본해’가 국제사회에서 통하는 것도 이 책자의 권위 때문”이라고 말했다.
1925년 ‘해양의 경계’ 초판이 발간된 이후 해역 명칭을 둘러싼 분쟁이 잇따라 해역 명칭이 바뀐 적도 있지만 명칭 변경에는 수십년이 걸리곤 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개정 작업을 ‘일본해’ 명칭을 바꿀 수 있는 호기로 판단하고 최소한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는 것을 목표로 다각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일본해’라는 표기가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5월 IHO 총회를 앞두고 발간될 개정판에 ‘동해’가 ‘일본해’와 병기되도록 정부가 학계와 민간단체 등과 함께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희대 국제통상학부 김신(金新) 교수는 “이번 개정판에 ‘동해’가 반영되지 못하면 ‘동해’라는 명칭을 되찾는 데 수십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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