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2001 울산천하장사 씨름대회가 열렸다.
올 시즌 마지막 천하장사 대회인 만큼 이 대회 타이틀을 노리는 선수들의 각오가 그 어느 대회보다도 강했다.
골리앗 김영현, 액션가면 이태현, 봉팔이 신봉민 등 내노라 하는 장사들이 모두 출전하여 천하장사 타이틀로 한 해를 마감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던 것.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김영현를 선두로 지난 대회 챔피언인 이태현과 강한 힘을 자랑하는 신봉민의 순서.
하지만 결승전에 오른 두 선수는 김영현과 모래판의 귀공자 황규연이었다.
김영현은 윤경호와 김경수를 각각 8강과 4강에서 누르고 결승에 올랐고 황규연은 우승 후보인 신봉민과 이태현을 꺾고 올라온 것.
이전까지 김영현과 황규연의 역대 전적은 15승5패로 김영현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 특히 각 대회의 결승전에서의 성적도 4승1패로 역시 황규연의 열세.
단순한 상대 전적 비교를 떠나서 객관적인 기량과 경험면에서 김영현의 압도적인 우세가 예상된 경기였다.
한 마디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랄까?
신장에서는 30cm, 체중도 20kg이상 차이가 나는 두 선수의 대결은 밀어치기와 뿌리치기의 승부였다.
두 번씩 승패를 주고 받은 두 선수는 마지막 판에서 승부가 갈렸다. 거구를 이용한 김영현의 밀어치기 공격이 계속되었고 황규연은 패색이 짙었으나 마지막 넘어지는 순간 뿌리치기를 시도한 것이 주효하며 3승 2패로 황규연의 승리.
95년 10월 민속씨름에 발을 디딘 황규연은 지금까지 지역장사 1회, 백두장사 3회 등 총 7회 우승을 했으나 천하장사와는 인연이 없었다.
게다가 지난 4월에는 허리 부상을 당하면서 씨름 인생에 큰 고비를 맞았으나 불굴의 투지로 다시 재기에 성공, 더욱 더 원숙한 기술 씨름으로 생애 첫 천하장사 타이틀을 따내고야 말았던 것.
다른 선수들에 비해 비교적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일구어낸 모래판의 귀공자 황규연!
그가 모래판에서 보여준 감격의 눈물이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재능보다 끝없는 노력이라는 것을 실감케 해준 한 편의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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