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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바닐라 스카이',톰 크루즈 앞세워 할리우드식화장

입력 | 2001-12-17 18:02:00


스페인 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1997년작)의 할리우드판 리메이크 작품인 ‘바닐라 스카이’는 원작에 설탕을 듬뿍 바른 당의정(糖衣錠)같은 작품이다.

‘오픈 유어 아이즈’가 호평을 받았음에도 복잡한 스토리와 무거운 주제, 지명도 낮은 스페인 배우 때문에 대중적 인기를 끌지 못했던 반면, ‘바닐라 스카이’는 원작을 그대로 따르면서 할리우드식 설정과 볼거리, 화려한 스타 캐스팅로 대중적인 영화로 탈바꿈했다.

톰 크루즈와 그의 새 연인인 스페인 여배우 페넬로페 크루스, 그리고 카메론 디아즈 등 ‘바닐라 스카이’는 출연하는 스타들의 이름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작품. 14일 미국에서 개봉하자마자 흥행 1위를 차지했다.

뉴욕의 호화 맨션에 사는 데이비드는 잘난 외모에 큰 재산을 가진 서른 세살의 출판계 거물이다. 그의 여자 친구인 줄리(카메론 디아즈)는 그를 사랑하나 데이비드는 그저 섹스 파트너로 여길 뿐이다. 어느날 데이비드는 생일 파티에 가장 친한 친구의 파트너로 온 소피아(페넬로페 크루스)를 보고 한 눈에 반한다. 질투에 불탄 줄리는 데이비드를 차에 태우고 동반 자살을 기도하지만 줄리만 죽고 데이비드는 목숨은 건지나 흉측한 얼굴이 된다.

사고가 터지는 영화 초반부까지는 한 남자와 두 남녀의 삼각관계다. 하지만 사고 이후 이 영화는 현재와 과거,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미스테리와 스릴러, 공상과학이 혼재된다. ‘미녀와 야수’ ‘토탈 리콜’ ‘트루먼쇼’ 등의 영화들이 섞여있는 셈이다.

이 영화는 많은 물음을 안고 있다. 외모의 가치, 생명마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과학의 위험성, 우정의 의미 등. 카피 문구인 ‘사랑 증오 꿈 인생 일 오락 우정 섹스’는 이 영화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원작의 남자 주인공 세자르는 25세의 고급 레스토랑 주인이나 ‘바닐라 스카이’에서는 극적 긴장을 위해 주인공을 더 멋지고 부유하게 그렸다. 51%의 회사 지분을 갖고 있는 데이비드와 49% 지분을 갖고 있는 이사회와의 갈등도 ‘할리우드적’ 설정. 한껏 매력적이다가 나중에 망가진 얼굴로 등장하는 톰 크루즈를 보는 것은 팬들에게는 ‘괴로운 즐거움’이다.

원작에도 출연했던 페넬로페는 같은 배역을 다시 맡았지만 영어 대사 처리가 서툰 탓에, 스페인어로 연기한 ‘오픈 유어 아이즈’보다 부자연스럽다. 원작보다 월등히 나은 캐릭터를 만들어낸 배우는 ‘줄리’역의 디아즈뿐이다. 원작을 본 사람 중에는 이 영화에 대해 “원작만 못하다”는 평가를 내릴지 모르겠다. 원제 Vanilla Sky. 21일 개봉. 18세 이상.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