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상징이요, 모든 대입 수험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라고 하는 서울대학교가 미국의 중하위권 주립대 수준밖에 안 된다는 평가는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다. 세계 석학들로 구성된 서울대 최고자문위원단 블루 리본 패널이 이 대학의 교수 연구실적, 학문의 능력, 교육의 질, 재정 등을 따져 매긴 점수는 그동안 우물안 개구리의 명성과 어쭙잖은 자존심에 안주해 온 서울대의 허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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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이처럼 참담한 평가를 받게 된 원인은 일차적으로 대다수 교수들의 안일한 학문풍토에 있다. 올해 네이처나 사이언스지 등에 우수 논문으로 게재된 적이 거의 없고 세계적인 경제관련 학술지에 실린 논문 페이지 수는 홍콩 과기대의 9분의 1 수준이라는 조사가 이를 입증한다. 국내에서도 논문당 피인용 횟수(94∼98년)에서 서울대가 13위로 밀려났다는 소식은 세금으로 이 대학을 지원하고 있는 국민 모두를 실망시켰다.
연구실적이 이렇게 저조한 것은 기본적으로 교수들에 대한 엄정한 평가 문화가 구축되지 않아 학문연구를 면려(勉勵)할 자극이 없기 때문이다. 또 교수 직접선거에 의해 총장이 선출되는 제도 아래서는 인기 위주의 공약이 남발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실적 평가에 의한 교수 재임용은 추진하기가 어려울 것이 뻔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토록 연구하지 않는 교수들이 정년을 보장받는 비율에서는 세계 최고라는 사실이다. 서울대 신임 교수 중 정년을 채우는 비율은 100%로 하버드대(30%) 스탠퍼드대(40%)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은 한번 이 대학 교수가 되면 연구실적이나 학문능력과 관계없이 종신교수 자리가 보장됨을 의미한다. 진입장벽이 높다는 도쿄대도 외국인 교수가 100명을 넘는데 서울대에는 외국인 교수가 3명뿐일 정도로 끼리끼리 나눠먹는 학문의 근친 번식이 계속된다면 어찌 서울대가 발전하기를 바랄 수 있나. 이런 판국에 일부 교수들이 노조까지 결성하겠다고 나서니 참으로 이해하기가 힘들다.
연구하지 않는 교수 밑에서는 당연히 공부하지 않는 학생이 양성될 뿐이다. 고교시절 건강을 해칠 정도로 노력을 했지만 정작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해야 할 대학에 와서는 하루 평균 공부시간이 1∼2시간 이내가 69%(매킨지 조사)로 외국 명문대학생들에 비교하면 아주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 정도라면 세계에서 가장 공부 안 하는 대학 중 하나로 꼽힐지도 모른다. 서울대가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선진국의 일류 대학을 따라잡기는커녕 후진국 대학에도 추월당할 날이 머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