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지휘자 정명훈은 세계 1급 악단들과 새 앨범을 쏟아놓으며 도이치 그라모폰사의 ‘중심타선’ 역할을 한다. 장영주 장한나는 각각 실내악 앨범을 선보여 ‘영역 확장’에 나선다. 오페라 무대의 ‘여신’ 마리아 칼라스의 부활과 옛 지휘자들의 재평가도 이루어진다. 유니버설 EMI 워너 BMG 등 ‘메이저’ 음반사의 발매계획을 통해 들여다본 새해 음반계의 ‘지형도’다.
아무래도 우리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한국 출신 예술가들의 신보. 정명훈은 DG사에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4번 (2월·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이탈리아 오페라 서곡집 (7월·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메시앙 ‘변용’(9월·프랑스 라디오 필하모니) 등 3장의 새 음반을 쏟아놓는다.
오페라 서곡집을 제외하고는 대중성이 덜한 레퍼토리이지만,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DG사에서 가장 다양한 활동이 보장된 것은 틀림없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는 ‘레코딩 데뷔’를 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장영주는 7월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현악 수석주자들과 함께 드보르작 현악6중주, 차이코프스키 ‘플로렌스의 추억’이 실린 신보를 EMI 레이블로 내놓는다.
같은 레이블 소속인 장한나는 10월 프로코피예프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및 첼로소나타를 선보일 예정. 두 연주자 모두 실내악 분야에서는 데뷔앨범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롱티보 콩쿠르 우승의 주인공 임동혁은 6월경 슈베르트 즉흥곡집 작품 90 등을 실은 데뷔앨범을 선보인이며 EMI의 ‘한국 신동’ 행렬에 가세한다.
새해에는 굵직굵직한 옛 녹음의 재발매 계획도 많다. 프랑코 제피렐리가 감독한 전기 영화 ‘마리아 칼라스’ 가 9월 유럽에서 개봉되는 것을 계기로, EMI사는 이 전설적 소프라노의 레코딩 전부를 새로운 형식으로 재발매할 예정이다.
‘세기의 위대한 지휘자’ 시리즈도 첫선을 보인다. 98년 필립스사가 여러 음반사들의 전설적 피아니스트 녹음을 시리즈로 발매한 ‘세기의 위대한 피아니스트’ 시리즈와 같은 형식으로, 이번에는 EMI사가 여러 녹음들을 확보해 시리즈로 만든다. 브루노 발터를 필두로 SP시대부터 디지털시대까지를 수놓은 세기의 지휘 거장들을 일관된 시리즈로 만날 수 있고, 이에 따르는 희귀 녹음의 발굴도 기대된다.
해외 현역연주가 중에서는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니콜라스 아르농쿠르(이상 텔덱) 사이먼 래틀 (EMI),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RCA) 미하일 플레트뇨프 (DG) 등의 활발한 녹음 및 앨범 발매작업이 예상되고 있다.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