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김 살해 은폐 조작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중단시킨 혐의로 10일 구속된 이무영(李茂永) 전 경찰청장에 대한 구명운동이 경찰 내에서 일부 추종자들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벌어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경찰관들은 경찰청과 각 지방경찰청, 일선 경찰서의 홈페이지 게시판은 물론 청와대와 국정홍보처 등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이 전 청장 구속의 부당성과 검찰의 편파 수사 등을 주장하는 글들을 올리고 다른 경찰관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또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이씨 계좌로 후원 성금 보내기'와 경찰 탄압에 항의한다며 '검은 리본 달기'등의 운동까지 벌이고 있어 이 전 청장 추종자들에 의한 조직적인 구명운동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 전 청장 구명 관련 글들을 분석한 결과, 일부 경찰관들이 ID를 바꿔가며 집중적으로 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내가 지휘관'이란 ID의 경찰관은 경찰청 홈페이지 참여마당 게시판에 "제가 지휘관이라면 부하들에게 청장님 구속에 따른 우리의 자세와 모금에 대해 평소처럼 대동단결하자고 지휘하고 교양하겠다"며 "각 경찰서 당 300만원씩 (이 전 청장 계좌로) 책임제 입금을 하자"는 글을 올렸다.
또 '진실이'라는 ID의 경찰관은 "14년 전의 사건을 왜 이제 와서 경찰청장 혼자 잘못했다고 하는 것이냐"며 "검사가 은폐 지시의 주범을 밝혀 구속하지 못하고 대충 청장님 구속으로 호도해 묻어버린다면 직무 유기"라고 주장했다.
'포수니'라는 ID의 경찰관은 "경찰 조직의 작은 자존심이 또다시 죽임을 당해 그 분함과 슬픔을 억누를 수 없어 검은색 근조 리본을 준비했다. 슬픔과 울분을 함께 하는 사람에게 리본을 보내주겠다"면서 자신의 근무처와 전화번호를 적어놓았다.
그러나 이 같은 구명운동은 사실 관계에 대한 정확한 근거도 없이 이 전 청장의 무죄를 주장하거나 검찰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등 다분히 감정적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이 전 청장이 재직 중 실시했던 경찰처우 개선 등을 거론하면서 그를 의인(義人) 이라고 치켜세우거나 그의 구속이 경찰 전체를 탄압하는 것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어 경찰 내부에서조차 '맹목적'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청장 재직 시절 처우 개선 조치를 취해 하급 경찰관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살해 사건의 은폐 지시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며 "경찰청장이라도 죄를 지었다면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혐의는 재판을 통해 사실여부가 밝혀질 일이지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들이 특정인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려는 것은 올바른 발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근표(李根杓) 경찰청 경무기획국장은 "자유게시판은 경찰관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장이기 때문에 현행법에 위반되는 내용이나 심한 욕설 등이 섞여 있지 않는 한 내용을 갖고 문제삼을 수는 없다"며 "이 전 청장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도 특별한 조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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