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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정혜영 "망가진 미인이 더 매력적"

입력 | 2001-12-19 17:49:00


미인이 많은 연예계에서 인형같은 외모는 오히려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탓에 감점 요인이 되기도 한다.

MBC 시트콤 ‘연인들’(월화 10·55)에서 푼수역을 맡은 정혜영(28)이 지금까지 그랬던 편이다. 1993년 SBS 3기 공채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정혜영은 나름대로 방송 9년차이지만 그런 외모 때문인지 뚜렷한 인상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달초 ‘연인들’에서 푼수 역을 맡으면서 달라졌다. 그는 이전 연기에서 볼 수 없었던 ‘개성’넘친 연기로 주목받고 있는 것.

“주변 사람에서 저한테 딱 맞는 배역이래요. 제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면 되는 배역이니 이제 본색을 드러내는 일만 남은거죠 뭐.(웃음)”

연출자 송창의 PD는 “얌전해보이는 연기자가 과감하게 ‘망가질 때’ 웃음이 유발된다”며 “‘세친구’의 안연홍이 기존 이미지와 다른 연기로 주목받았듯 정혜영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극중에서 정혜영은 무릎나온 운동복에 머리는 일주일동안 감지 않아 엉망이다. 마음에 드는 남자 앞에선 강수지의 ‘보라빛 향기’를 귀엽게 불러대는 ‘왕내숭’이지만 남자가 자리를 비우면 술잔을 ‘원샷’으로 비우며 요란한 춤을 춰대는 ‘터프걸’이다.

“외모 때문인지 참한 여자 이미지의 역할을 많이 했어요. 사실 당당한 현대 여성 역할을 한 적도 두어 번 있었는데 강렬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던 것 같아요.”

그는 93년 SBS 미니시리즈 ‘도깨비가 간다’에서는 도예가 아버지의 제자를 짝사랑하는 일본 여인 역을, 99년 MBC 아침드라마 ‘사랑을 위하여’에서는 옛 애인을 잊지 못하는 청순가련형의 여인역을 맡았다.

‘연인들’에 등장하는 6명의 주인공은 모두 73년 소띠생으로 설정돼 있지만 이윤성을 제외하곤 모두 그에게 한참 선배. 나이에 맞는 배역이지만 고참 선배들과 연기하는게 편하지만은 않을 듯했다.

“진희경 선배나 박상면 선배하고 ‘야자’트면서 연기할 땐 좀 죄송하기도 하지만….(잠시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곧바로 표정을 바꿔서) 사실 신나요. 극 중에서가 아니면 제가 언제 한번 맘놓고 선배에게 ‘이년 저년’ 해보겠어요.(웃음)”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