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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기타]2001년 출판계, 수확 적고 잡음 많은 ‘우울한 1년’

입력 | 2001-12-20 17:12:00


해마다 반복하는 일이지만 1년 농사의 결과는 가슴을 설레게 한다. ‘출판저널’ 314호에 특집으로 다룬 ‘2001년 출판계가 걸어온 길’을 보자. 문학평론가 고봉준씨는 “올 한 해의 흐름은 결코 21세기적 징후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들을 생산하지 못했다”고 우울한 평가를 내놓으면서 “분명 우리 문학은 다양한 흐름을 보여주었다”고 희망적인 카드도 내놓았다. 그가 꼽은 올해의 결실은 김연수의 ‘꾸ㄷ바이 이상’, 김영하의 ‘아랑은 왜’, 천운영의 ‘바늘’ 그리고 황석영의 ‘손님’이다.

역사분야에 대해 송호정 교수(한국교원대 역사교육)는 역사소설의 인기 속에 그나마 정수일의 ‘고대문명교류사’나 사계절의 ‘한국생활사박물관’ 시리즈, 정연식의 ‘일상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등이 돋보였다고 했다. 이진우 교수(계명대 철학)는 하이데거의 ‘형이상학의 근본개념들’이나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개의 고원’ 등 고전들이 번역된 것만으로도 철학계의 큰 성과로 꼽으며 철학계의 전망에 대해서는 ‘암중모색’이라고 답변했다.

미술평론가 최열씨는 한 해 동안 근대미술사 연구성과가 눈에 띈다는 평과 함께 유홍준의 ‘화인열전’과 조은정의 ‘비평으로 본 한국미술’ 등의 연구서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과학분야는 출판사의 다양한 대중화 시도에 독자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이 아쉽고, 사회학계는 가족제도 연구에 많은 성과물들이 쏟아진 한해였다.

올해 출판계의 톱뉴스는 부끄럽게도 책 사재기였다. 이어 인터넷서점들 간의 할인경쟁으로 시작된 도서정가제 논쟁을 1년 내내 계속하고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 미국의 9.11 테러사건 이후 이슬람 관련 서적 출간 붐과 마르크스 관련 서적의 꾸준한 인기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지난 10월 서적도매상 청용의 부도 소식으로 출판계는 우울한 한 해를 마감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