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춥죠? 옹기종기 함께 모여 이 겨울을 나보려는 '한 지붕 네 가족'이 있다네요. 종로 코아아트홀에서 상영되는 네 편의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더빙판), '몬스터 주식회사'(더빙판), '유 캔 카운트 온 미' 그리고 '아멜리에'죠.
코아아트홀의 '방'(상영관)은 두 갠데요, 오늘부터 한 방에 2편씩 짝지어 희한한 '동거'에 들어간답니다. (@.@?)
1관에서는 '해리 포터…'와 '유 캔 카운트 온 미'가, 2관에서는 '몬스터 주식회사'와 '아멜리에'가 스크린을 나눠쓰는 거죠. 즉, 아동층을 겨냥한 '해리 포터…'와 '몬스터 주식회사'는 아침과 낮에만 상영되고 '18세 이상 관람가'인 '유 캔…'과 '아멜리에'는 저녁 6시 반과 8시 반 등 하루에 2회만 상영됩니다. 내년 1월 중순까지 비좁은 방에서 동거를 계속한다네요.
비디오 출시용 영화의 경우 개봉작임을 내세우기 위해 다른 영화 상영관을 빌려 딱 한 번만 상영한 후 막을 내리는 일은 흔하지만, 이렇게 정식으로 몇 주동안 두 영화가 한 상영관을 나눠쓰는 건 처음이랍니다.
이유요? 물론 극장난(難)이죠. 이미 큰 영화들이 100개, 200개씩 극장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새 영화들이 또 개봉하자 ‘유 캔…’는 높은 좌석점유율(75%)에도 불구하고 개봉 일주일만에 방을 빼야 할 처지가 된 거죠. T…T
코아아트홀 측은 ‘윈-윈 전략’을 모색하던 끝에 결국 이런 희한한 ‘주거 형태’를 개발하게 됐답니다. ‘유 캔…’의 수입사인 디지털네가측은 “요즘 상황에선 ‘전세’는 꿈도 못꾼다”며 “그나마 방을 얻은 게 다행”이라며 극장측에 고마워하고 있더군요. (요즘은 어딜가나 전세 난입니다! -…-;)
충무로 일각에서는 비교적 예술 영화를 많이 상영해 온 코아아트홀이 흥행 영화 때문에좋은 영화를 박대(?)한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흥행 영화라는 ‘해리포터’와 ‘몬스터’도 나름대로 ‘아픈’(?) 사연이 있더군요.
요즘 엄마들은 ‘영어 교육’ 차원에서 웬만하면 아이에게 한국어 더빙판 대신 자막 처리된 영어대사 영화를 보여준다네요. 그러다보니 ‘해리포터…’나 ‘몬스터’의 더빙판은 ‘찬밥’신세가 돼 코아아트홀 빼고는 종로에서는 단 한군데도 극장을 잡지 못했답니다. T…T
아무쪼록 ‘춥고 배고픈’ 네 영화가 추운 연말을 무사히 넘기길 바랍니다.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