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단행본으로 펴내고 있는 미 타임지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사고로 세계를 변화시킨 ‘이노베이터(혁신자)’ 부문에 7명을 선정하면서 9·11테러와 새로운 테러 경향을 정확히 예견한 미국의 제시카 스턴 박사를 뽑았다.
스턴 박사는 1998년 출간된 ‘최후까지 싸우는 테러리스트(The Ultimate Terrorists)’라는 저서에서 소수의 고위급 인물을 노리는 기존의 테러리즘이 대량살상 무기를 사용해 엄청난 인명살상을 노리는 테러리즘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예측했다. 그는 테러리즘의 이러한 신경향을 ‘매크로 테러리즘(macro-terrorism)’이라는 새 용어로 규정했다.
놀라운 것은 스턴 박사가 이 책에서 자신의 이론에 현실감을 주기 위해 ‘테러범들이 사제 핵폭탄으로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파괴한다’는 내용의 가상 테러 시나리오를 포함시킨 것.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스턴 박사는 지금은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서 테러와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는 테러 전문가. 냉전 시기 구 소련의 모스크바에서 생활한 것이 변신의 계기가 됐다. 한시라도 전쟁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환경에서 과학기술과 현실의 관계를 생각하게 됐고 냉전이 끝나면서 세계가 직면한 새로운 위협으로 테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스턴 박사는 테러리스트의 심리를 알아보기 위해 세계 각지의 교도소와 난민 수용소를 샅샅이 뒤지면서 테러범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서 그가 테러의 해결책과 관련해 내린 결론은 단순히 정치적 갈등을 푸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것. 스턴 박사는 그의 책에서 “테러의 핵심에는 극도의 모멸감과 박탈감이 놓여 있다”며 “이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는 테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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