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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못다 쓴 외신]③농구황제 조던의 복귀 성공학

입력 | 2001-12-23 18:04:00


미국프로농구(NBA)의 마이클 조던은 누구인가. ‘농구 황제’ ‘NBA의 살아있는 전설’ ‘흥행의 보증수표’…. 미 프로농구 불세출의 스타인 그에겐 여러 가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이번 시즌 워싱턴 위저즈팀의 선수로 다시 현역에 복귀한 조던이 팬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조던은 종전과는 다른 ‘변신’을 통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만년 패배감에 빠져있는 동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현란한 자신의 개인기를 내세우기보다는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데 더욱 주력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재기사▼

- ①英축구대표팀 에릭손감독 상징성
- ②인간 존중하는 日기업문화
- ③농구황제 조던의 복귀 성공학
- ④NYT의 반성 ‘못다쓴 1년’
- ⑤테러전에 희생된 아프간 민간인
- ⑥지구촌 곳곳 ‘죽음의 바이러스’

22일 위저즈팀은 뉴욕 닉스와의 경기에서 87-86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시즌 9연승을 기록했다. 위저즈의 9연승은 78년 이후 23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위저즈가 처음부터 이렇게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었다. 시즌 초반 조던은 게임당 최고 44득점을 하는 등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기량을 다시 선보였지만 팀은 8연패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것에 더 익숙했던 약체 위저즈의 다른 선수들은 조던의 개인기에만 의존할 뿐 그를 거의 뒷받침하지 못했다. 얼마 전까지 위저즈의 구단주였던 조던 앞에 더욱 주눅이 들어 그나마 변변치 않은 실력조차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8연패를 당한 날 조던은 괴로운 표정으로 “우리는 냄새가 나는 형편없는 팀”이라고 자책했다.

변화는 그 뒤에 일어났다. ‘농구는 5명이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절감한 그는 군림하는 황제의 옷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기량과 경험 면에서 자신보다 못한 나이 어린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슛 기회를 만들어주고 이들이 ‘우리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독려했다.

자신의 모습을 크게 낮춘 조던의 뒷받침 속에 ‘위저즈(마법사)들’은 마침내 오랜 잠에서 깨어나 놀라운 ‘매직’을 보였다.

위저즈가 올랜도 매직과의 경기에서 8연승을 거둔 21일 조던은 12득점에 그쳐 시즌 최저 득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위저즈의 더그 콜린스 감독은 연승의 비결이 무엇인지를 묻는 보도진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넘버 23(조던) 때문이다. 그는 다른 선수들에게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고 실제로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그는 오늘도 수비와 어시스트 등에서 최선을 다했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지는 “위저즈팀의 가장 큰 적은 이제 지나친 자신감”이라고 지적할 만큼 위저즈의 사기는 충천해 있다.

조던은 요즘 벤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때도 흐뭇한 표정으로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본다. 미국인들은 마음을 비운 그런 조던의 미소에 갈채를 보내고 있다. 팀워크의 중요성을그가 새삼 일깨워줬기 때문이다.

조던의 변신, 그것은 스포츠를 떠나 우리 사회 모든 면에서 진정한 리더십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줬다.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