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스페인 전국민이 숨을 죽였다.대통령선거나 테러 위협 때문에? 아니다. 복권이 당첨됐나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날 스페인에서는 ‘엘 고르도’ 복권 추첨 행사가 벌어졌다. 매년 크리스마스 직전 추첨하는 이 복권은 상금이 많기로 유명해 스페인 전국민의 관심사다. 올해에는 상금 액수를 예년부터 더 높여 총 12억6000만달러(약 1조6000억원). 세계 최고다.
올해 가장 인기를 누렸던 엘 고르도 복권의 숫자는 9·11 테러가 발생한 2001년 9월11일을 서구식으로 표기한 ‘11901’. ‘빈 라덴 수’다. 스페인 국민들은 불행 다음에는 행복이 온다고 믿기 때문에 이 숫자가 행운의 숫자로 여겨졌다고 AP통신이 22일 전했다.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1등에는 ‘18795’가 당첨됐다. 그런데 한 중소기업이 이 숫자의 복권을 500장이나 사서 직원들에게 나눠준 덕분에 1등 상금 8000만달러(약 1000억원)는 500명이 나눠가지게 됐다.
엘 고르도 복권은 올해 총 17억달러(약 2조2000억원)어치인 1억장이 팔렸다. 젖먹이부터 노인까지 4200만명의 스페인 국민 한 명이 41달러어치(약 5만300원)의 복권을 구입한 셈이다.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