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연예가 블랙박스]크리스마스 '최고의 행복남' 정준호

입력 | 2001-12-24 13:38:00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모든 이들이 멋진 밤을 보내려는 기대감에 들뜨는 한편 한 해를 정리하는 차분한 마음이 되곤 한다. 지난 1년을 보람있게 마무리한 사람은 이번 크리스마스가 따뜻할 것이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사람은 다소 씁쓸할 것이다.

다사다난했던 연예계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를 차가운 쇠창살 안에서 지내야 하는 일부 스타들의 심정은 오죽 갑갑할까.

반면, 올 크리스마스를 가장 따뜻하게 보내고 있는 스타는 누구일까. 영화계에서는 올 크리스마스 '최고의 행복남' 으로 정준호를 꼽는다. 최근 대박이 터진 영화 '두사부일체'의 주인공인 그는 영화를 계약할 당시 출연료 외에 영화 흥행에 따른 인센티브 보너스를 받기로 했기 때문에 연일 이어지는 매진 행렬을 보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그를 한 번도 CF에서 본 적이 없었는데, 최근 4건의 광고 계약을 앞두고 있다며 들떠 있는 그를 보니 고진감래 라는 말이 떠올랐다. 27세의 늦은 나이에 연예계에 입문한 그는 데뷔 직후 MBC 주말극 '동기간' 의 주인공으로 발탁돼 화제를 몰고 왔지만 잘생긴 외모가 오히려 그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당시 편안한 외모의 한석규나 박신양같은 배우들의 전성시대가 열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모델같은 그의 외모는 시청자들에게 부담스러웠다.

아무리 안방극장에서 주인공을 해도 반응이 없자 그는 영화로 진출해 1818 아나키스트 싸이렌 등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주인공답게 멋있어 보이려는 그의 연기는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급기야 대오각성한 그는 영화 '흑수선' 에서 개성강한 조연으로 몸을 푼 후 코믹 영화 '두사부일체' 에서 사정없이 망가지는 연기로 그동안의 이미지를 한 순간에 깨버리면서 결국 대박을 일궈냈다.

속칭 니마이(잘 생긴 주연)로 6년간 못 뜨다가 삼마이(개성강한 조연) 캐릭터로 당당히 스타의 위치에 올라선 것이다. 지난 일요일에는 처음으로 그의 팬클럽이 창단됐고 더구나 그 날은 그의 생일이기도 해서 장동건과 한재석 등 많은 동료 스타들의 축하를 받았다.

개그맨을 능가할만큼 유머 감각이 뛰어난 그는 절친한 배우 신현준과 함께 있을 때면 시종일관 꼬장꼬장한 노인 말투로 대화를 주고받아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의리를 중요시하는 생활신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경조사에 항상 앞장서고 지인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본의 아니게 수많은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그는 덕분에 얼마 전 충청도 온양에서 열렸던 부친 회갑연에서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탤런트가 되기 전 골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레슨 프로를 꿈꾸기도 했던 그는 그 동안 고생도 많이 했지만 이제야 배우로서 첫 걸음을 내딛는 기분이라며 두사부일체 흥행 성공의 기쁨을 누릴 여유도 없이 새 영화 '하얀 방' 의 촬영에 들어갔다.

두 달 전, 필자가 이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습기를 선물하겠다고 허풍을 떨던 정준호. 영화가 대박이 터지자 가습기 대신 벽걸이 TV를 집들이 선물로 사주겠다고 다시 한 번 허풍을 떠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비록 당연히 말로만 받은 선물이지만 왠지 올 겨울엔 그가 '산타클로스' 로 보였다. 내년에도 변함없는 그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김형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