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가까워오면 손님 맞을 준비로 더욱 바쁘셨던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어머닌 먼길 마다않고 증조할아버지께 새해 인사 드리러 오는 손님들을 위해 정확히 알 수 없는 많은 양의 쌀을 씻고 또 씻은뒤 찬물에 담갔다가 흰 가래떡을 뽑으셨어요. 그 흰 가래떡이 단단하게 굳으면 물집이 잡히는 줄도 모르시고 얄팍얄팍하게 썰어 세 찬 떡국을 끓여 내셨지요"
'요리연구가들이 가장 배우고 싶어하는 한식 요리 선생님'이라는 부제가 붙은 '김숙년의 600년 서울 음식'중 한 구절이다.
저자는 화려한 음식사진과 recipe로만 구성된 일반 요리책과는 차별성을 두어 음식에 담겨진 우리민족의 전통에 관한 기억들을 곳곳에 담아놓았다.
앵두화채
4대에 걸쳐 40여명의 대가족을 이루며 살았고 10대를 넘게 사대문 안을 떠나지 않던 지은이 김숙년씨의 집에서는 예부터 내려오던 서울음식의 정통이 엿보인다.
'김숙년의…'는 한국음식의 뿌리를 얘기할때 빠질수 없는 궁중음식과 반가음식중 양반가의 음식인 반가음식을 다룬 책으로 오늘날 한국음식의 일반이 되고 표준이 되는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의 특색이 분명한 계절음식 260가지와 밥 죽 면 밑반찬 김치 90가지 등 총 350가지의 반가음식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오랜 세월 부녀자들의 정성과 희생을 통해 손맛으로 탄생한 비비추국, 추포탕, 호박꽃탕, 어글탕, 묵초, 오이뱃두리, 방자구이등 오랜 전통의 반가음식과 만나게 된다.
버섯전골
사진과 함께 소개된, 쉽게 접할수 없던 우리 옛 음식 이름들로 인해, 걸쭉하고 ,되직하고, 구수하고 , 쌉싸름한 우리 음식의 맛이 미각을 자극한다.
김숙년/ 동아일보사/ 328면 / 16,500원
허지영/동아닷컴 기자 creamr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