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23일 송년 특집 기사에서 9·11 테러 때문에 충분히 다루지 못했던 국내외의 주요 뉴스들을 소개했다. 신문의 책임만은 아니겠지만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뉴스로서 저마다의 가치를 지녔는데도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과 반성을 토로했다. 그 행간 행간에서 정론(正論)을 지향하는 한 신문의 의지와 열정을 읽는다. ‘못다 쓴 외신’ 네 번째로 뉴욕타임스의 ‘못다 한 얘기’들을 소개한다.
미국 선거제도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한 정통성 시비를 초래할 수 있었던 플로리다주 최종 재검표 결과가 충분히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최근 부도난 엔론사와 공화당 정부와의 유착 의혹도 묻혔다. 사생활 문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뉴욕 재건의 깃발을 들고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연재기사▼
- ①英축구대표팀 에릭손감독 상징성
- ②인간 존중하는 日기업문화
- ③농구황제 조던의 복귀 성공학
- ④NYT의 반성 ‘못다쓴 1년’
- ⑤테러전에 희생된 아프간 민간인
- ⑥지구촌 곳곳 ‘죽음의 바이러스’
부시 행정부의 환경정책과 사회보장 후퇴, 인간복제, 국제난민, 사생활 보호, 유럽 통합 움직임, 불씨가 꺼지지 않은 발칸반도 문제 등도 소홀히 다뤄졌다.
이 가운데 테러 사태 이후 미국에 불어닥친 이민자 차별 바람은 미국 언론도 제대로 주목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9월6일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은 자국 이민자들에게 법적 지위를 보장해줄 것을 미국에 요청했고, 부시 대통령도 지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5일 뒤 발생한 테러사태는 미국의 ‘안면’을 바꿔놓았다. 근면한 이민자는 삶의 질을 개선할 기회를 가질 것이라던 부시 대통령의 화려한 수사는 사라졌다.
미 의회는 2003년 이후부터 이민자와 외국 학생들에 대한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했다. 미 행정부는 외국인 테러용의자에 대한 군사법원을 열 계획이며, 캐나다 국경에 국경경비대원들을 추가 배치했다. 이민귀화국 관리들은 불법 이민자 약 25만명의 추적에 나서고 있다. 미 시민권자만이 공항의 검색요원이 될 수 있도록 개정된 연방항공안전법에 따라 7000여명의 이민자들이 실직했다. 멕시코 이주민 중 수만명이 이미 미국을 떠났다.
6∼8월경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형제 폐지 논란도 세계무역센터의 잔해와 함께 묻혔다. 6월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청사 테러범 티모시 맥베이에 대한 사형 집행과 성년(18세) 전인 17세 때 살인을 저지른 나폴레온 비즐리에 대한 미 대법원의 사형 언도는 전세계에 사형제 폐지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 사건으로 미국에서는 사형제 폐지 여론이 비등하고 ‘사형제도의 사형’을 위한 세계 총회도 열렸지만 테러사태는 여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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