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는 이제 더 이상 백인과 흑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ESPN이 선정한 올해 미국프로야구 10대뉴스를 보면 최고의 화제는 한국인 투수의 볼 끝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10대뉴스의 톱인 사상 첫 ‘미스터 노벰버(11월)’의 탄생. 9·11 테러의 여파로 월드시리즈는 11월까지 이어졌고 뉴욕 양키스의 청춘스타 데릭 지터는 4차전에서 현지시간으로 10월31일 자정을 막 넘긴 시간에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으로부터 극적인 연장 끝내기 홈런을 때려냈다. 김병현은 5차전에서도 9회말 동점홈런을 맞아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월드시리즈를 탄생시킨 ‘주역’이 됐다.
10대뉴스 두 번째와 네 번째는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가 상대역으로 등장한다. 73홈런의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기록을 깬 71번째 홈런, 그리고 은퇴를 앞둔 ‘미국의 영웅’ 칼 립켄 주니어(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자신의 마지막 올스타전에서 날린 MVP 홈런은 모두 박찬호의 손을 떠난 것이었다. 이 밖에도 10대뉴스 세 번째는 일본인 타자인 이치로 신드롬이 차지해 4위까지가 모두 동양인 선수와 관련된 뉴스였다. 한편 김병현은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com이 ‘만약 산타클로스가 있다면 어떤 선물을 줄까’라는 기획에도 등장했다. MLB.com은 어떤 투수는 포스트시즌에서의 부진 후유증을 이겨내지 못한 채 다음 해부터 시름시름 앓다가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며 젊고 유능한 김병현에게 가장 필요한 선물은 좋지 않은 일을 빨리 잊기 위한 ‘기억상실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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