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프로농구 선수들에게 크리스마스는 ‘남의 얘기’나 마찬가지다. 해마다 시즌과 겹치기 때문에 가족 연인과 함께 보내기는 힘들기 때문. 보고 싶은 얼굴이 있어도 전화기를 붙들고 아쉬움을 달랠 뿐이었다.
하지만 성탄절인 25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SK 빅스와 맞붙은 SK 나이츠 선수들은 잠시나마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젖을 수 있었다. 구단에서 라커룸에 화려한 장식물이 붙은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해 고생하는 선수들을 위로한 것. 라커룸에 처음 들어서는 순간 나이츠 선수들은 경기를 앞둔 긴장감에서 벗어나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특히 교회에 다니는 서장훈과 어려서 영세를 받은 천주교 신자 조상현은 “뜻깊은 성탄절에 오히려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았는데 올해는 기분이 좋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만리타향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은 외국인 선수들도 반짝이는 불빛 앞에서 농담을 나누기도 했다.
또 나이츠 프런트는 경기에 앞서 선수들에게 일일이 곱게 포장한 CD를 선물로 줬다. 각자 취향까지 고려해 서장훈에게는 발라드 가요를, 외국인 선수에게는 힙합곡을 선물한 것. 이날 나이츠가 올 시즌 유일하게 한 번도 못 이겼던 빅스를 처음으로 꺾고 연승행진을 이어간 것을 보면 구단의 작은 정성에 선수들이 더욱 신바람이라도 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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