狼 狽(낭패)
狼-이리 랑 狽-이리 패 脚-다리 각
暴-포악할 폭 智-지혜 지 謀-꾀할 모
일부 한자단어 중에는 동식물 따위의 모습이나 특징에서 따온 것들이 많다고 한 적이 있다. 그 중 식물의 경우로 ‘葛藤(갈등)’을 소개한 바 있다. 오늘은 동물의 경우를 소개한다.
二人三脚(이인삼각) 경기는 두 사람이 한쪽 발을 함께 묶고 나란히 달리는 경기다. 두 사람이지만 결과적으로 다리가 3개 뿐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이 경기는 무엇보다도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그래서 구령에 맞추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넘어지게 되어 있다. 이것과 비슷한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狼狽(낭패)’다.
‘狼狽’는 일상생활 중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다. 흔히 ‘狼狽를 보았다’느니 ‘狼狽를 당했다’ ‘그러다가는 狼狽 보기 십상인데…’라고 말한다. 일이 제대로 되지 않고 곤경에 처하게 되었을 때 하게 되는 말이다.
狼이나 狽는 모두 개견(견·犬)변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자에서 개견이 있는 글자는 모두 동물이거나 아니면 동물의 특성을 뜻하는 글자가 많다. 예를 들면 狐(여우 호), 狂(미칠 광), 狗(개 구), 狸(살쾡이 리), 猛(사나울 맹), 猪(돼지 저), 猫(고양이 묘), 獅(사자 사), 獵(사냥할 렵) 등이 그렇다.
狼과 狽도 마찬가지다. 본디 전설에 나오는 동물의 이름으로서 지금은 狼을 ‘이리’라고도 하지만 여기서는 가상의 동물이다.
이놈은 선천적으로 뒷다리 두 개가 없거나 아주 짧고, 반대로 狽는 앞다리 두 개가 아예 없거나 짧다. 그래서 걸을 때는 늘 狽가 狼의 등에 앞다리를 걸쳐야 한다. 그러므로 狼과 狽는 사이좋게 둘이 합쳐져야만 걸을 수가 있다. 혹 다투거나 싸워서 헤어지기라도 하면 둘 다 곤두박질치고 만다.
그런데 狼은 성질이 凶暴(흉포)하기는 하지만 智謀(지모)가 부족하며 반대로 狽는 좀 순하지만 꾀가 뛰어나다. 그래서 둘이 먹이를 찾으러 나갈 때면 狼은 늘 狽의 지휘를 받아 사냥감을 포획한다. 그러므로 狼은 기꺼이 狽를 등에 태우고 다닌다. 그러다가도 서로 틀어지게 되는 날이면 커다란 문제가 생긴다. 우선 움직일 수가 없어 사냥을 하지 못하므로 둘은 꼼짝없이 굶어 죽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처럼 狼과 狽가 사이가 벌어져 둘 다 곤경에 처하게 되는 상태가 狼狽(낭패)다. 살면서 狼이나 狽의 꼴이 되는 狼狽(낭패)를 당해서는 안되겠다.
이처럼 한자 단어에는 동물을 주제로 한 단어가 꽤 많다. 狡猾(교활)과 이미 소개한 猶豫(유예)도 그렇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