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발언대]탁계석/예술평가 전문가 양성하자

입력 | 2001-12-25 18:22:00


공공기금 지원에는 늘 말썽이 많은 것 같다. 지원을 받은 쪽은 말이 없지만 탈락한 신청자들은 이런저런 불평을 한다. 투자 방향과 효율성의 확보가 심각한 문제다.

서울시는 올해 국고를 포함해 40억원의 무대제작 공연지원 사업비를 배분했다. 그리고 문화관광부는 새해에 지방비를 합해 모두 120억원의 사상 최대 규모의 지원금을 배정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공연사업 대부분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현실에서 상당한 지원액이다. 그러나 올해의 지원은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고 지원을 둘러싼 특혜 의혹 시비마저 불거져 예산 확보를 위해 발로 뛰었을, 보이지 않는 수고가 무색해지는 느낌이다.

지원 심사에 관한 논란의 주요 쟁점은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 소액다건의 전시성, 사업지속성과 형평성의 관계다. 이들 문제는 입장에 따라 동전의 양면처럼 아전인수격 해석이 가능하다.

그래서 문화부는 개선책으로 심사위원 수를 늘리고 개인 점수제를 도입하며 심사위원 비공개로 정보 유출을 막을 것이라 한다. 문예진흥원 역시 심사위원 안배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한두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우선 공공기금 지원 확대가 민간의 자유스러운 창작정신에 역기능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돈이 오히려 창작 환경을 오염시킨다면 예술의 퇴보가 걱정스럽다. 기금지원 따위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 더 높은 순수창작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심사위원에 대한 평가는 무엇으로 하고 있는가. 예술가의 ‘명예’로, 아니면 단지 ‘교수’라는 권위로 예술투자 전문가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가.

이제 우리도 예술 평가 전문가를 육성하고 투자 대상에 대한 객관적인 월별, 장르별 분석·평가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어느 날 새벽 은밀히 전화를 받고 출석해 수백페이지 지원서류를 뒤적여 동료, 후배를 심사하는 관행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고 본다. 문화 투자의 전문화와 실명화는 역행할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만약 샬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심사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탁계석(음악평론가/비평그룹 21세기 문화광장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