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에이즈 감염자에 의한 윤간사건 피해자들 애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또 다른 죽음을 낳는다.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생후 9개월된 갓난아기가 집단 윤간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들은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성인 남자 6명. 죽음의 공포에 질린 이들은 성경험이 없는 소녀와 성관계를 맺으면 에이즈가 완치된다는 허황된 속설을 믿고 이처럼 끔찍한 짓을 저지른 것. 아기는 피투성이가 된 채 길거리에 버려졌다. 생명은 건졌지만 HIV에 감염돼 채 살아보기도 전에 사형선고를 받았다.
남아공에서는 인구의 9분의 1, 성인남자의 경우 20%가 에이즈환자. 에이즈 감염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유는 죽음의 바이러스가 어느 나라보다 쉽게 유통된다는 점. 남성 에이즈 환자들은 성경험이 없는 소녀를 찾고 찾다가 갓난아기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 생후 6개월된 영아가 당했다는 보도도 있다. 지난해 공식 집계된 어린이 윤간건수만도 2만1000건이 될 만큼 집단윤간이 남아공에서는 일상화돼 있다. 이 기사는 국제적으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연재기사▼
- ①英축구대표팀 에릭손감독 상징성
- ②인간 존중하는 日기업문화
- ③농구황제 조던의 복귀 성공학
- ④NYT의 반성 ‘못다쓴 1년’
- ⑤테러전에 희생된 아프간 민간인
- ⑥지구촌 곳곳 ‘죽음의 바이러스’
에이즈 환자의 집단윤간은 일회적인 범죄로 끝나지 않는다. 성인 남성의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 소녀들은 성매매돼 몸을 판다. 다른 성인남성들에게 에이즈 바이러스가 옮겨간다. 에이즈에 감염된 남성들은 가정에 퍼뜨린다. 매년 7만∼10만명에 이르는 남아공의 갓난아기들이 HIV 양성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남아공에서 매주 5000명이 에이즈로 숨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처럼 보인다.
악순환은 계속된다.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은 갈곳을 잃고 매음굴로 빠져들어 에이즈에 걸리고 에이즈를 옮긴다.
죽음의 바이러스는 사악한 경로를 타고 옮겨다닌다. 리비아에서는 팔레스타인 의사와 불가리아 간호사들이 무려 393명의 리비아 어린이들에게 에이즈 바이러스를 주사한 혐의로 구속돼 2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리비아 어린이들의 씨를 말리기 위해서’ 이런 짓을 한 것으로 돼 있는데 본인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유엔에서는 11일 아프리카에서 에이즈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한해 50억달러씩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것은 현재 아프리카가 쓰고 있는 5억달러의 10배다. 아프리카는 재정 능력이 없고 선진국은 외면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에이즈는 우리 곁으로 급속히 다가오고 있다. 중국내 HIV감염자는 100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2010년에는 2000만명에 이른다는 예상이다.
테러는 전쟁을 부르고 전쟁은 테러를 부른다. 그러나 에이즈의 악순환은 인류가 노력하면 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올해 인류는 섬광이 번쩍이고 피가 튀는 테러와 전쟁에만 관심을 보였다. 언론도, 그리고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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