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광고를 읽다 보면, 가끔 제 이름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가령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광고에는 “소설보다 영상이 더 긴박하다-동아일보 강수진기자”라고 광고에 나가고 있지요.
이 광고 문구는 신문에 쓴 영화평을 인용한 건데요, 영화사들은 홍보 전략상 일방적으로 ‘좋은 영화’라고 홍보하는 대신, 이처럼 기자들이 쓴 영화평을 빌어 ‘객관적으로’ 훌륭한 작품임을 내세우려 하지요. 작품성있는 영화나 블록버스터일수록 주요 일간지의 영화평을 인용하는 편입니다.
간혹 이름 사용료나 게재료를 받느냐고 묻는 분도 있는데,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않는 경우가 99%죠. 동의는 커녕 오히려 광고 문구는 전체 맥락은 무시한 채 거두절미하고 영화에 유리한 부분만 따서 쓰기 일쑤지요.
앞서 ‘해리포터…’의 경우 기사에 쓴 문장은 “퀴디치 경기 장면은 소설보다 영상이 더 긴박감이 느껴진다” 였는데요, 앞부분을 빼고 광고에 나가니까 마치 영화 전체가 소설보다 긴박감 넘치는 것 같죠? --+ 흥!
이 정도 ‘왜곡’은 애교있는(?) 편입니다. 문제는 전체적으로는 혹평을 했음에도 한두줄 좋게 평한 부분만 골라 쓰는 경우죠. 얼마전 막을 내린 어느 영화의 경우, 저는 전체적으로는 그다지 좋게 쓰지 않았는데요, 광고에는 좋게 평한 부분만 쏙 골라서 썼더군요. 그런데 (당연히 칭찬 일색일 수밖에 없는) 광고 문구만 보고 그 영화를 봤다는 동료 한 명이 “7000원 물어내라”고 농담삼아 항의(?)하더군요.
억울한 김에 아는 변호사에게 전화해봤지요. ^^; 이 경우, 영화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는 물론 명예훼손으로 소송도 가능하다네요!
미국에는 ‘영화 광고의 진실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모임’(Citizens For Truth In Movie Advertising)이라는 이색 단체가 있습니다. 왜곡된 영화 광고를 보다못한 이들이 만든 모임이죠. 이들은 올 7월 영화사들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냈답니다. 이 단체 홈페이지에 가보니 ‘문맥을 무시하고 영화평을 왜곡 인용하는 광고를 중단하라’는 요구도 있더군요. 이런 움직임 덕분인지 미국에서는 영화사가 영화평 어떤 구절을 어떻게 인용할지 기자와 편집국장에게 사전 동의를 구한다네요.
이 글이 나가고 나서 영화 광고 문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봐야지. 그리고? 안 달라지면 나도 소송할테야! ^.^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