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7일 각 종단 지도자들에게 국민훈장을 수여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서정대 스님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이만신 목사에게 국민훈장 최고등급인 무궁화장을 주는 등 총 15명을 서훈한 것이다. 종교별로는 불교 6명, 개신교 5명, 천주교 2명, 원불교 1명, 민족종교 1명으로 ‘안배’가 이뤄졌다.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는 “서 총무원장은 불교계 화합과 안정을 이뤄낸 공로가, 이 목사는 평생을 기독교 발전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를 위해 활동해 온 공로가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종교인만을 대상으로 한 서훈은 정부 수립 이후 이번이 처음”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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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인 15명에 사상최초 국민훈장 수여
서훈 대상자 중에는 평소 존경받아온 인사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이 훈장을 받는 모습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평생에 걸친 그들의 헌신과 올곧은 삶을 정부가 ‘욕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갖게 된다. 정신 세계의 지도자인 종교인들이 종단의 지도자라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는 것은 언론인이 숙명적으로 ‘긴장 관계’에 있어야 할 정부로부터 감사패를 받는 것만큼이나 ‘부적절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종교계 안팎에서도 ‘낮지만 단호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분히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서훈’이라는 것이다. 국회의원 지역구 보선 출마를 염두에 둔 정치인 출신 장관의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종교지도자들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선언과 조계종 총무원장의 특정 정치인에 대한 잇단 정치적 발언 등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문화부는 이에 대해 “장관 부임 후 종교인에 대한 서훈이 다른 분야에 비해 적다는 점을 보고한 뒤 서훈 확대를 건의해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해석’을 경계해 달라”고 신신당부한 문화부 관계자는 “각 종단에 서훈 대상자 추천을 의뢰했으며 서훈을 거절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오명철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