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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희망이다]온라인 재택수업 "일반고 못잖아요"

입력 | 2001-12-28 18:00:00

초이스2000 차터스쿨 사회 교사 카산드라 도넬슨씨


《“19세기 초 제국주의가 등장한 이유는 뭘까요. 아, 캐서린이 질문했군요.”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리스시 ‘초이스 2000’ 차터스쿨 10학년 사회시간. 사회 교사 카산드라 도넬슨씨(32·여)는 마이크가 부착된 헤드폰을 끼고 컴퓨터 앞에 앉아 19세기 민족주의와 제국주의에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도넬슨씨는 여느 교사와 다름없이 수업 내용을 설명하고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을 했지만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한명도 없었다. 인터넷으로 학교 홈페이지에 출석해 수업을 받기 때문이다. “매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원료 생산과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새로운 시장에 눈을 돌리게 됐단다.”도넬슨씨는 “19세기 제국주의의 팽창 원인을 설명해달라”는 매튜(16)와 음성 대화를 나누며 질문에 답변했다. 도넬슨씨는 매튜의 질문을 설명하고 내용을 곧바로 컴퓨터의 입력해 다른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도넬슨씨는 수업시간 내내 여러 학생들과실시간으로 음성대화를 나누며 수업을 진행했다. 시간과 지리적 거리에 얽매이지 않는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고교 수업을 받고 졸업장까지 따는 ‘사이버고교’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장애인 학생이나 학교가 드물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농어촌 등 오지의 학생들에게 ‘사이버고교’는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실시간 동영상 강의〓사이버고는 인터넷에서 고교 교과과정을 이수하고 고교 졸업장을 딸 수 있는 가상 고등학교다. 인터넷에서 실시간 동영상 강의는 물론 교사와 학생들이 음성과 화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교육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관련기사▼

- 초이스2000 차트스쿨 킹교장 인터뷰
- 학력 수준별 수업

미국 내에는 버추얼 하이스쿨, 플로리다 온라인 하이스쿨, 사이버스쿨, 초이스 2000 차터스쿨, 데니슨 온라인 인터넷 스쿨 등의 사이버고가 운영 중이다.

▽수업은 어떻게?〓초이스2000 차터스쿨 교사들은 교실을 축소해 컴퓨터에 옮겨놓은 듯한 교사용 강의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교사용 강의 프로그램은 ‘전자칠판’ ‘학생 아이콘’ ‘질문 쪽지’ ‘대화창’ 등으로 구성된다. 교사들은 ‘전자칠판’에 그림과 문자 등이 포함된 수업 내용을 자유자재로 입력하고 헤드폰과 마이크를 이용해 학생들에게 음성으로 강의를 진행한다.

학생은 3년 동안 한달에 10달러만 내면 인터넷 수업이 가능한 펜티엄급 컴퓨터를 학교에서 제공한다. 교사 자격증을 가진 교사 15명이 과목별로 수업을 진행하고 과목당 평균 13명 학생이 인터넷으로 수업을 듣는다. 교재는 일반 고교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하며 학교에서 무료로 제공한다. 모든 수업 내용은 2주간 학교 홈페이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돼 원하는 시간에 수업 내용을 복습할 수 있다.

도넬슨씨는 “음성으로 강의를 하기 때문에 일반 고교의 수업과 다를 바가 없다”며 “통학하지 않고 집에서 컴퓨터 수업을 하기 때문에 집중력도 높아져 일반 학교에서 1년 동안 가르쳐야 할 내용을 반년 만에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고 졸업생도 명문대 입학〓고교 진학 자격을 갖춘 학생이면 세계의 모든 학생이 입학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 지역의 학생들은 학비가 면제되지만 이외 지역의 학생들은 학기마다 과목당 175달러를 내야 한다. 학생들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학교 홈페이지에 출석하고 교사들은음성으로 학생들을 불러내 확인한다.

평균학점(GPA)이 1.0 미만이면 교장과 상담을 해야 한다. 1학기 후에도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다음 학기 등록을 받지 않는다. 학생들은 1년에 최소한 3번 학교를 방문해야 한다. 이 밖에도 학생들은 학교에 나와 워크숍과 토론 수업 등에 참가하고 교외에서 진행되는 현장 체험학습에도 출석해야 한다. 주(州) 단위 학력평가는 학생들이 학교나 지정된 장소에 직접 나와 시험을 치른다.

지난해 이 학교 졸업생 26명 중 2명이 각각 브라운대학과 UCLA 등 명문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사이버고교라고 해서 대입에서 차별하지 않는다.

▽문제점〓교사와 학생들은 컴퓨터나 통신망 때문에 수업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전화선으로 접속하면 실시간 음성 대화를 나눌 때 전달 속도가 느려지거나 잡음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수업을 마친 뒤에도 학생들의 컴퓨터에 생긴 기술적인 문제까지 상담해야 할 정도다.

일반 고교에 비해 또래 문화를 익히거나 사회성을 배우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사이버고교는 학생들의 동아리활동 등을 장려하고 있다.

parky@donga.com-시리즈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