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탁환씨(33)가 낸 ‘독도평전’(휴머니스트 간)은 독도라는 소재의 독특함보다 무생물에 붙인 평전식 글쓰기가 눈길을 끄는 책이다. 460만년이라는 독도의 일생(저자는 이를 도생·島生이라고 불렀다) 동안 독도가 겪은 일들을 탄생에서부터 미래의 어느 시점에 닥칠 죽음까지 다큐멘터리와 소설을 넘나 드는 글쓰기로 짚었다.
“역사적 상상력이란 사료를 얼마나 읽고 또 읽느냐에 달려있다. 단편적인 사료들을 독자들에게 실감나게 전달하기 위해 여러 인물들을 설정하고 성격을 부여해 극화시키는 방법을 썼다. 역사는 결국 사람사는 이야기다. 그것을 승자의 입장에서 재미없게 나열하기 보다 팽팽한 갈등관계를 설정하고 희망과 좌절의 날들이 내면화되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 훨씬 생생하다. 나는 독도에 두발 딛고 선 이들의 피와 땀을 그렇게 담고 싶었다.”
☞ 도서 상세정보 보기 & 구매하기
아무리 글쓰기 방식이 독특하다 해도 주제는 비켜갈 수 없는 문제.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해묵은 현대사 논쟁아닌가, 결론이 뻔한 것 아닌가하는 기자의 질문에 김씨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스스로 한국인이라는 것을 따져본 적 없듯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을 의심해 본 사람도 없다. 하지만 그런 상식이 한반도를 떠나서는 일반적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지 못하다. 우리는 독도의 주인이라는 주장을 감정과 노래와 상식의 수준에서만 계속하고 있다. 이제는 주장에 앞서 우리가 독도에게 무엇인지, 독도는 우리에게 무엇인지 하는 이성적 물음을 할 때다.”
저자의 말처럼 책에는 우리가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모르는 독도에 대한 많은 것이 담겨져 있다. 울릉도에 인간의 입도(入島)와 우산국의 건설에서부터 신라와 고려의 속국으로 이어지는 1000년의 고대사, 고려시대 우산국 멸망과 울릉도와 독도로의 사람 왕래를 제한했던 조선시대 500년의 공도(空島)정책, 여기에 안용복과 김옥균을 비롯해 독도를 지키기 위해 영웅적 삶을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복원됐다. 섬의 생성과 함께 동식물 및 해양생물의 생태까지 망라돼 있다.
그러나 이 책을 단순히 독도이야기로 볼 일은 아니다. 우산국과 독도의 역사를 결국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차별의 역사라고 보는 저자는 독도라는 키워드를 통해 다름아닌 이 땅 이 시대의 마이너리티를 이야기하고 있다.
“민족감정을 앞세워 내부 상처를 덮어 버리는 경우는 근현대사에서 숱하다. 분단이후에는 안보논리가 내부 모순을 지웠다. 그 와중에 가장 고통받는 대상은 이 시대 마이너리티였다. 나는 이 책에서 소수의 슬픔, 독도의 슬픔을 드러내 이를 기쁨으로 바꾸기 위한 따뜻한 길찾기를 해 봤다.”
저자는 마지막장에서 외치듯 이렇게 묻는다.
“핍박받는 소수의 상징으로 독도를 버려 둔 장본인이 바로 ‘나’라는 뼈아픈 자책을 할 때가 되었다. 동해의 외로운 섬 독도의 남은 생을 축복하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