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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김화섭/‘버추얼 광고’ 스포츠 위협한다

입력 | 2001-12-30 17:44:00


12월 27일에 개최된 문화산업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경제장관회의에서 내년부터 스포츠 프로그램에 한해 버추얼 광고(가상 광고)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스포츠 프로그램에 버추얼 광고가 허용되면 광고수입은 누구에게 귀속되는 것일까. 광고를 내보내는 TV방송국의 수입이 되는 것인지, 스포츠를 대상으로 광고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수입이 스포츠단체 측에 돌아가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예상된다. 그런데 회의 분위기로 보아 수입은 TV방송국으로 귀속되는 듯하다. 회의 주제가 문화산업 발전 방안이고 TV방송국 또한 문화관광부 소관이니 문화관광부가 ‘맹활약’했음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스포츠 프로그램에 한해 허용되는 버추얼 광고와 스포츠산업의 발전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물론 버추얼 광고로 인해 주머니 사정이 종전에 비해 나아진 TV방송국이 스포츠 프로그램을 더욱 재미있게 가공하여 내보낸다면 시청률이 높아지고 나아가서는 스포츠 산업의 발전을 가져온다고 기대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스포츠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출발한다. 실제 상황은 전혀 반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스포츠산업의 수입은 관람객의 경기장 입장료, 방송국 중계료 그리고 기업의 광고비 등으로 대별된다. 기업의 광고비 수입에는 타이틀 스폰서 수입을 비롯하여 경기장 내 부착광고 수입 등이 포함된다. 2000년 기준 국내 프로스포츠의 경우 기업으로부터의 광고수입은 전체 수입(모기업 지원금 제외) 가운데 30∼45% 정도였다. 기업이 스포츠 경기에 스폰서 등으로 참여하는 것은 스포츠가 그만큼 광고에 대한 효용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포츠 프로그램에서 버추얼 광고가 허용되면 기존의 스포츠 스폰서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버추얼 광고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스포츠 경기에 스폰서로 참여하는 것보다 버추얼 광고권을 구입하는 것이 프로모션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스포츠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당장 기업으로부터의 수입이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연간 수십억원에 이르는 스포츠 구단의 적자폭은 더욱 확대될 것이며 이를 부담해야 하는 모기업 재정 부담 또한 더욱 늘어나게 된다.

스포츠 구단의 재정독립이라는 당면과제는 요원하게 된다. 물론 스포츠연맹 측은 TV방송국으로부터 더 많은 중계료를 챙겨 적자분을 해소할 수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 다리 건너는 대책에 불과하다.

결국 스포츠중계에 한해 버추얼 광고를 허용하는 것은 문화관광부의 의도와는 달리 스포츠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게 되며 나아가서는 정부가 스포츠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정책의지에도 역행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문화관광부의 신중함이 요구된다.

김화섭(산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