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와 심사위원께 좋은 작품으로 보답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힘들 때 염려해주신 ‘성신양회’ 사우 여러분께도….
먹감나무처럼 아버님은 홍시 같은 등불이었습니다. 아마 속 또한 불 밝힌 자국이 꺼멓게 그을려 있으셨을 겁니다. 그 꺼먼 무늬가 해와 달을 품고 산을 이루어서 말입니다. 이제 아버님은 떠나시고 제가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반짝이는 문갑 한 쌍과 함께….
먹감나무의 무늬와 별처럼 빛나는 장식이 서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람들 중에는 남을 헐뜯고 자기 똑똑한 척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대에 대한 이해나 배려에는 아주 인색한 사람 말입니다. 조선시대의 문갑, 장롱, 반닫이 등 가구를 보면 나무와 장식의 조화가 마치 맑은 날 밤하늘에 별이 돋은 것처럼 아름답게 서로를 꾸며주고 비춰주고 있습니다. 나무(木)와 쇠(金)는 서로 상극이지만 서로를 꾸며주고 비춰줌으로써 상생으로 변하게 됩니다.
시골집 마당에 홍시가 익으면 우리 모두 하루에도 몇 번씩 감나무를 바라보았습니다. 개도, 닭도, 늙은 염소도…. 그때 짐승들의 마음속에도 깊은 강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모든 사물에 자신을 비쳐 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것은 둘이 아니다(不二). 담겨지는 그릇만 다를 뿐 서로 비쳐주고 비쳐보는 사이(間)만 있다가, 그 사이조차 지워지고 다 녹아서 원융(圓融)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그곳에 이르면 모든 사물에서 관세음(觀世音)을 보게 되고 상대성 원리가 합류되지 않겠습니까.
저는 모든 자연계가 무상(無常)히 진행하는 흐름과 균형의 방향성에 대하여, 사물들의 설계도인 대칭의 구조가 균형과 질서의 꽃이 되는 것에 대하여, 그러므로 모든 사물은 숫자로 해독할 수 있고, 그 궁극은 항상 부등호(〓)로 끝나는 것에 대하여 문을 열어 보고자 합니다. ‘DNA’를 시의 언어로 풀어가 보겠습니다.
△1957년 충북 단양 출생 △1984년 중앙일보 시조 백일장 장원 △1994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현 성신양회 노동조합 사무장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