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李容湖) 게이트’를 수사중인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12월31일 삼애인더스의 해외 전환사채(CB) 발행 과정에서 여운환(呂運桓)씨의 부탁을 받은 한국통신 파워텔 전 사장 이기주(李基炷)씨를 대우증권에 소개한 정건용(鄭健溶) 산업은행 총재를 1월 초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또 2000년 검찰 수사 당시 지앤지(G&G) 그룹 회장 이용호씨를 긴급체포했다가 풀어준 뒤 내사 종결한 서울지검 특수2부 김인원(金仁垣) 검사(현 서울지검 형사9부 검사)를 이날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사건 처리 경위와 검찰 지휘부의 비호 의혹을 조사했다.
서울지법은 삼애인더스의 해외 CB 발행 과정에서 주간 증권사 알선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씨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벌였다.
특검팀은 이기주씨가 2000년 6월28일 정 총재의 소개로 대우증권 박종수(朴鍾秀) 사장을 만나 삼애실업 해외CB 발행 관련 자료를 넘겨준 뒤 수시로 CB 발행 추진상황을 파악, 이를 여씨에게 알려준 사실을 밝혀내고 30일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총재는 2000년 6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준비기획단 사업추진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여씨의 청탁을 받은 이기주씨가 정 총재의 K고 동기로 알려진 대우증권 사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하자 서울 강남 ASEM 컨벤션센터의 한 식당에서 이씨를 대우증권 사장에게 소개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검팀은 삼애인더스가 산업은행과 함께 해외CB를 발행한 과정과 CB를 국내에서 편법으로 인수한 경위를 규명하기 위해 정 총재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기주씨가 여씨에게서 수천만원을 더 받은 단서를 포착, 이씨가 CB 발행을 성사시키기 위해 다른 정관계 인사들을 접촉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위용·이정은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