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오너가(家)의 차세대 주역들이 경영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30, 40대를 중심으로 한 재계의 이런 흐름이 각 기업의 올해 경영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솔그룹은 지난해 12월 29일 이인희(李仁熙) 고문의 3남인 조동길(趙東吉) 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 명실상부한 ‘조동길 체제’를 출범시켰다. 또 이 고문의 차남 조동만(趙東晩) 한솔텔레콤 부회장은 정보통신계열 4개사의 경영을 맡게 돼 사실상 그룹에서 떨어져 나간다.
조동길 회장과 조동만 부회장은 고(故) 이병철(李秉喆) 창업주의 외손자. 이병철 창업주 작고 후 장녀인 이인희 고문이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해 나온 한솔그룹이 다시 2개로 나눠지는 셈이다. 우연의 일치지만 이 고문이 선친과 마찬가지로 3남에게 그룹의 ‘사령탑’을 넘겨준 점도 눈에 띈다.
현대가(家)에도 3세 경영인의 부상(浮上)이 두드러지고 있다.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창업주의 3남 정몽근(鄭夢根) 회장이 이끄는 현대백화점은 1월 1일자로 정몽근 회장의 장남 정지선(鄭志宣·기획실장) 이사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에 따라 정 신임 부사장은 정주영 창업주의 손자 가운데 처음으로 경영전면에 나섰다.
정 부사장은 기획실장을 맡아 경영수업을 시작한 뒤 1년 만에 부사장으로 뛰어올라 후계구도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는 평. 경복고와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97년 현대백화점에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입사했다.
경영실적 호조 등에 힘입어 현대그룹의 적통(嫡統)을 이은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鄭夢九)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鄭義宣) 상무도 이르면 1월중 임원인사에서 최소한 전무로 승진할 것이 확실시된다. 정 상무는 특히 올해부터 부친인 정몽구 회장을 보좌하면서 한 단계 높은 ‘후계자 수업’을 받을 전망.
이에 앞서 한국 기업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두산그룹은 지난해 10월 박용곤(朴容昆)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朴廷原)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처음으로 4세 최고경영자(CEO)시대를 열었다. 박 신임사장은 박승직(朴承稷) 창업주-박두병(朴斗秉) 두산 초대회장-박용곤 명예회장으로 이어져온 두산 오너가문의 장손.
이밖에 이미 최고경영자의 자리를 굳힌 이웅렬(李雄烈) 코오롱 회장이 손길승(孫吉丞) 회장과 힘을 합쳐 SK그룹의 도약을 가능케 한 최태원(崔泰源) SK㈜ 회장도 올해 행동반경이 한층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건희(李健熙) 삼성회장의 아들인 이재용(李在鎔) 삼성전자 상무보의 거취도 재계의 큰 관심거리. 삼성측은 ‘합리적이고 일반인이 납득할 수 있는 인사’를 다짐하고 있어 이 상무보의 파격적 승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인사에서는 상무로 한단계만 승진하거나 현재 직급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룹 안팎의 관측.
한편 연령별로는 조동길 회장(47) 이웅렬 회장(46) 최태원 회장(42) 박정원 사장(40)이 40대이며 이재용 상무보(34) 정의선 상무(32) 정지선 부사장(30)은 30대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