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과 불안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유로화가 1일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간에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12개국에서 통용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쓰이기 시작한 곳은 인도양에 위치한 프랑스령 레위니옹 섬으로 유로권의 다른 지역에 비해 평균 3시간 빨랐다. 공교롭게도 이 섬의 이름 ‘레위니옹’은 통합 화폐의 출범을 상징하듯 ‘다시 합친다’는 뜻. 가장 통용이 늦은 곳은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프랑스령 지중해 섬들인 마르티니크와 과들루프였다.
▼글 싣는 순서▼
- 희망에 부푼 유럽12개국
- 유로화 출범 12개국 표정
- 12개국 통용 첫날 이모저모
- “다음은 정치 통합” 부푼꿈
▼인도양 佛領 섬서 첫 유통▼
▽기대와 불안〓유럽인들은 유로 도입이 유럽의 결속과 경제적 번영의 획기적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은 “유로화가 통용되면 EU는 경제의 세계화에 대해 더 큰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특히 유로는 유럽인들의 새로운 정체성을 대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로가 정착되는 초기에 혼란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佛 1월1일생 아기에 50유로▼
독일의 경우 2월 28일까지 마르크와 유로를 혼용하기로 했으나 많은 소매점들이 이 기간에 일일이 환율을 계산해 환전해줘야 하는 마르크를 받지 않을 태세라고 빌트지가 전했다.베를린 근교 포츠담시는 아예 시 자체가 이 기간에 마르크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유로화 전면 통용에 따라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에서는 위조지폐에 대한 우려도 떠오르고 있다. 이탈리아 소비자단체인 코다콘스는 “앞으로 엄청난 양의 위조지폐들이 흘러다닐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념 행사〓프랑스 파리 우체국은 유로화의 전면 통용을 기념하기 위해 프랑화 및 유로화 은행권 시리즈 1000장을 지난해 12월 31일 밤 12시에 판매했다. 30.24유로 또는 198.36프랑에 판매된 이 은행권 시리즈에는 “당신처럼 그날 밤 우체국도 유로와 데이트를 가졌다”는 글귀가 써 있다. 프랑스 재무부는 31일 오후 7시부터 파리의 명물 중 하나인 ‘퐁 뇌프’에 유로화와 유로 깃발을 게양하고 불을 훤히 밝혀 유로 도입을 환영했다. 재무부는 또 1월 1일 태어나는 아기의 부모에게 50유로, 아기에게는 아기 이름이 적힌 예금통장에 50유로를 입금해 선물로 주었다.
새해에 EU의장국 임기가 끝나는 벨기에와 새해에 의장국을 맞게 된 네덜란드도 유로화 도입을 환영하는 성대한 축하 파티를 가졌다.
▽구권 화폐는 어떻게〓유로화 통용과 함께 프랑 마르크 리라 페세타 등 유럽 내 수십억개의 푼돈 동전들이 사장될 전망. 일부에서는 자국 동전이 희귀해져 수집 대상이 될 것에 대비, 집안에 비축해두는 경우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1일 보도했다. 한편 쓰다 남은 동전이 자선기금으로 몰려들고 있어 유럽 각국 자선단체 및 비영리단체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와 세계자연보호기금 등은 각국 동전을 모금하기 위해 모두 8000여개소에 모금소를 마련하고 ‘미래를 위한 동전’이라는 캠페인을 벌여모두 7t분량의 동전을 모았다.
못쓰게 된 기존 화폐는 졸지에 엄청난 쓰레기더미로 전락하게 됐다. 독일은 마르크화 더미를 난방용 연료로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외신종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