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과 ‘017’의 합병조건은 과연 어떻게 바뀔 것인가.
SK텔레콤(011)과 SK신세기통신(017)의 합병 승인이 연기되면서 ‘SK텔레콤의 독주 저지’ 문제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가 이동통신업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합병이 이뤄지면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경쟁업체인 KTF와 LG텔레콤측은 우려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현재 휴대전화시장의 3강 체제가 완전히 무너지고 ‘SK 독주구도’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5일로 예정됐던 두 회사의 합병은 지난해 12월28일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의 승인심사 보류 결정으로 이달 중순 이후로 미뤄진 상태. 이 때문에 정부가 앞으로 어떤 합병 조건을 내걸지 주목된다.
▽합병의 조건은?〓심의 보류 결정으로 SK텔레콤과 SK신세기통신의 합병 조건은 당초 계획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정통부는 원래 단말기 보조금 사용금지와 무선인터넷망 개방 등의 조건으로 공정한 시장경쟁을 유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보조금 금지는 이미 모든 사업자에게 적용돼 1위 업체의 시장점유율을 묶는 장치로는 미흡하다고 경쟁업체들은 비판한다.
쉽고 확실한 방법은 시장 점유율에 제한을 두는 것. 하지만 SK텔레콤은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장점유율 50% 축소명령을 지킨 바 있어 정통부로서는 다시 점유율을 제한하기가 부담스럽다. 양승택(梁承澤) 정통부장관도 “직접적으로 점유율을 규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업체간 접속료 차등화 △후발업체에 대한 정보화 촉진기금 및 전파사용료 할인 △1위 업체의 마케팅 비용 제한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합병의 위력〓지난해 12월말 현재 SK텔레콤과 SK신세기통신의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은 52.2%. 가뜩이나 SK텔레콤의 ‘브랜드 이미지’가 높은 현실에서 두 회사가 정식으로 합병하면 시장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게 업계의 일반적 관측이다. 정책심의회도 합병이후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 정통부에 대책마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자수가 많은 기업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통신산업의 특성상, 또 1위 브랜드가 선호되는 시장의 흐름상 후발사업자들과 SK텔레콤간의 점유율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은 합병승인 연기에 대해 공식대응은 자제하면서도 “시장논리로 볼 때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내심 불만을 갖고 있다. 반면 KTF와 LG텔레콤은 “후발업체가 고사하지 않도록 공정경쟁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국내 휴대전화 시장 현황회사식별번호가입자수
(만명)시장점유율
(%)SK텔레콤0111188 40.8 SK신세기통신017 331 11.4KTF016ㆍ018 965 33.1LG텔레콤019 428 14.7*2001년 12월말 현재 잠정집계(자료:휴대전화 업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