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체증을 일으킨다는 논란 때문에 이전이 추진됐던 ‘인천항 개항 100주년 기념탑’(인천 중구 항동·사진)이 현재의 위치를 그대로 지키기로 잠정 결정됐다.
인천시는 2일 “개항 100주년 기념탑을 철거할 경우 인천항 개항 역사를 무시하게 되고 이전 비용도 10억원에 달한다”며 “기념탑을 그대로 존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는 그러나 교통영향평가를 통해 교통정체 비용이 이전 비용 보다 더 많이 든다는 결과가 나오면 이전 여부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인천 중구와 인천해운항만청은 그동안 인천시와는 별도로 이 기념탑을 연안부두에 있는 국제여객터미널로 이전하기로 했었다.
중구와 항만청은 “국제여객터미널이 바다와 인접해 있고 이용객들이 많아 기념탑을 이전하기에 적당한 곳”라며 인천해양청이 이전 부지를 무상 대여하는 대신 10억원의 이전 비용을 인천시가 부담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 기념탑은 1983년 인천시가 인천항 개항 100주년을 기념해 11억원4000만원을 들여 높이 30m,가로와 세로 너비 2∼9m 규모로 제작 설치한 것.
그러나 인천항 진입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입구 교차로에 자라잡고 있어 항만으로 통하는 물류 흐름을 막는데다 시민들이 접근하기도 어려운 ‘교통 장애물’로 지적받아왔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인천시의 기념탑 존치 결정과 관련, “인천항은 이미 백제시대 이전부터 개항된 상태였으나 식민사관에 따른 잘못된 역사관으로 100주년 기념탑이 설치됐었다”며 “시가 이번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경우 시민들과 연대해 기념탑 철거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반발했다.
인천시가 최근 벌인 사이버 여론조사에서는 조사대상 39.4%가 이 기념탑을 철거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존치 32.3%, 이전 25.5%, 기타 2.8% 순으로 나타났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