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여자 이정순씨(94년 베스트셀러 ‘강한 여자는 수채화처럼 산다’의 저자)가 세 번째 책 ‘그래도 다시 희망을 이야기하자’(동아일보사 펴냄)를 냈다. 첫번째 책 ‘강한 여자…’에서 알프스 스키장을 맨손으로 일구던 시절의 추억을 담았다면, 두 번째 책 ‘아픈 만큼 가까이’는 맨몸으로 진부령을 나와 서울에서 제2의 생을 시작하면서 겪었던 좌절과 남편의 여자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다시 4년. 남편의 발병과 투병생활, 허망한 죽음으로 이어지는 긴 터널을 빠져나와 ‘그래도 다시 희망을 이야기하자’고 한다. 폐암으로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그는 ‘머리의 절반 뒤통수가 휑 비어버린 것처럼 찬바람이 드나드는 시림’을 느꼈고 ‘하루종일 벌컥벌컥 찬물을 마셔대도 가실 줄 모르는 목구멍의 쇳내’를 호소했다. 하지만 멍하니 있을 새도 없이 죽은 남편이 보증 선 회사가 부도를 내면서 삶의 터전마저 잃는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만 같은 지금, 그래도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의 고통이 사람을 가장 성숙하게 만들어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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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넘기면서 나이 먹어감을 탓할 때 나이 먹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을 집어드는 것도 좋다. 여성학자 박혜란의 ‘나이듦에 대하여’(웅진닷컴 펴냄). 세 아들을 키우고 결혼시키고 어느새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시종 경쾌하게 풀어놓지만 에필로그 ‘삶은 지속된다’에 이르러 끝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한 달 차로 큰동서와 친정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본 그는 이렇게 결론 짓는다. ‘왜 사느냐는 물음은 필요 없다. 그냥 살아가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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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최용건의 진동리 일기 ‘조금은 가난해도 좋다면’(푸른숲 펴냄)에 이르면 삶은 더욱 담담하다. 96년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강원도 진동리 마을에 ‘하늘밭화실’을 열고 경작과 민박으로 살아가는 소박한 화가의 삶을 엿본다. ‘방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려니 개구리란 놈이 댓돌 위에 올라앉아 어깨에 힘을 주고 내쪽을 향하여 눈을 부라리는 듯했다. 순간 괜스레 가슴이 뜨끔하였다. 지은 죄도 없이.’ 자신은 눌변이라고 손을 내젓지만 책 한 권 가득 담긴 그의 수다가 정겹다. 글의 소박함에 비해 그림에서는 활달한 붓끝이 느껴진다. ‘행복한 세계로의 기분 좋은 초대’라는 구본형씨의 추천사가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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