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객원논설위원 칼럼]이광형/‘사이버 전사’를 키우자

입력 | 2002-01-03 18:55:00


작년 9월 11일 일어난 미국에 대한 테러공격은 탄저균을 이용한 ‘바이오테러’와 아프가니스탄의 ‘동굴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전쟁과 위협은 세계인의 의식구조와 경제활동에 엄청난 변화를 주고 있다. 마치 영화가 현실세계로 걸어나온 듯한 느낌이다.

아직 영화 속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사이버테러’ 또는 ‘사이버전쟁’이다. 요즘 자주 일어나는 해킹사건과 바이러스 유포사건이 초보수준의 사이버테러다. 사이버테러는 컴퓨터통신망을 해킹하거나 바이러스를 유포시켜서 국가와 군사령부의 의사결정체계를 왜곡시키거나 마비시켜 타격을 입힌다. 즉 ‘치매 국가’로 만들어 버린다.

▼미-러-북 등 대대적 채비▼

미사일기지나 항공관재시스템을 교란시킬 수 있고 인공위성을 해킹하여 위성통신을 교란시킬 수 있다. 그러면 전투기가 엉뚱한 곳에 폭격을 할 수도 있고 미사일이 오동작을 하여 자살골을 넣기도 한다. 무선통신에 이상이 생기면 아군에 함포사격이 가해진다. 논리폭탄이란 바이러스가 원자력발전소 컴퓨터에 감염되면 재앙이 일어난다. 은행이 마비되면 국가의 모든 경제활동이 마비된다. 이동통신 바이러스가 유포되면 휴대전화들은 미쳐버릴 것이다.

사이버전쟁의 특징은 적군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신망과 연결된 컴퓨터가 있는 곳이면 어느 곳에서든지 활동이 가능하다. 그래서 적군과 아군의 구별이 모호하고 전방과 후방의 구별이 없다.

그래서 97년에 미국 하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은 사이버전쟁을 핵전쟁보다 전략적으로 효과적이라 판단하고 준비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실제로 2000년에 유고슬라비아에 있는 중국대사관이 오폭 공격받았을 때 미국에 대한 수많은 해킹공격이 이루어졌다. 작년초에 중국과 미국 사이에 하이난도 비행기 착륙사건이 일어났을 때 미국에 대한 해킹공격이 있었다.

미국은 사이버전쟁 또는 정보전이 21세기 주요 전쟁형태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96년에 국방성 산하에 사이버전 특수부대인 레드팀(Red Team)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99년에는 사이버전통합사령부를 발족시켜서 방어용 사이버전 무기는 물론 공격용 해킹기술과 바이러스를 연구개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러시아도 99년에 미국 우주해양시스템전 센터에 침투하여 실력의 일단을 보여준 바 있다. 특히 매우 강력한 전자파를 발사해 원거리에 있는 헬기와 탱크의 전자장치에 타격을 입히는 전자무기 허프건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일반 비행기를 타면 이착륙 시에 휴대전화를 끄라고 하는데, 바로 이 원리가 허프건에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일본도 작년에 시작된 ‘5개년 방위력정비계획’에 사이버전부대의 창설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북한이다.

북한은 이미 86년에 ‘미림대학’을 설립하여 최고의 두뇌들을 모아 사이버전사로 양성하기 시작했다. 후에 ‘지휘자동화대학’으로 이름이 바뀐 이 특수대학은 지금도 매년 100명의 특수요원을 배출하여 인민무력부 정찰국이나 특수부대에서 근무하게 하고 있다. 이렇게 양성된 인력은 현재 세계최고수준의 사이버전 수행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감한 인력 확보 계획 필요 ▼

그러면 우리 한국은 어떠한가. 앞서 기술한 외국사례를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된 것처럼 필자가 국내 사정을 모두 안다고 말할 수 없고 또 터놓고 말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테러대응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매일 검토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더 늦기 전에 우수한 사이버전사를 양성하고 대응체제를 갖추어 사이버전쟁 영화가 한반도에서 현실화되지 않게 해야겠다.

이제 군에서도 건장한 체력 못지 않게 머리 좋은 사람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많은 우수인력이 군에 가지 않고 산업체기능요원으로 벤처기업 등에 취업하는 점을 고려하여 과감한 인력확보계획을 세워야 한다. 최고수준의 인력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백전백패다. 아울러 정보보호산업을 방위산업으로 지정하고 적극 육성해야 한다.

임진왜란 직전에 ‘10만 양병설’을 주장하였던 율곡 선생이 이 시대에 살고 있다면 무슨 일을 하고 계실까. 나는 사이버전을 준비하고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 미래산업 석좌교수·전산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