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동물들 중에서 가장 많은 개체 수를 자랑하는 곤충. 현재까지 기록된 곤충은 약 80만종으로 동물 수의 약 4분의 3을 차지한다. 4억년 동안 지구상에서 살아 오면서 어떤 곳이든 생활 가능한 곳으로 만들고 생존에 적합한 눈부신 생태의 변화를 보여 온 곤충. 과연 그들의 사생활은 얼마나 변화무쌍할까.
‘곤충의 사생활 엿보기’(당대)를 낸 김정환씨(53)는 재야 곤충학자다. 곤충에 미쳐 하던 사업까지 접고 전국 방방곡곡의 야산을 돌아 다닌 지 10여년. 이미 ‘한국산 나비의 역사와 일본 특산종 나비의 기원’(91년·집현전) ‘우리 나비 백가지’(92년·현암사) ‘한국의 잠자리, 메뚜기 원색도감’(98년·교학사)등 8권의 곤충 관련 책을 펴 냈으니 이번이 9권째 저서다. 이번에는 기존의 단순히 곤충 분류학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생태와 행동을 파고 들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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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수록 어쩌면 우리와 꼭 닮았는지, 아니 우리가 그들을 닮은 건가요? 자식을 키우려고 열정을 쏟아내는 그 작은 몸짓을 들여다 보면 생명과 자연의 신비에 경외감을 갖게 됩니다.”
그의 책에는 다양한 곤충들의 삶이 등장한다.
모래에 깔때기형 함정을 파서 먹이를 잡아 먹는 개미지옥, 포식자를 공격하는 병정 진딧물, 물위를 걸어 다니는 소금쟁이, 1억5천만년 전에 이미 지구 위에 모습을 드러내 사회조직을 형성한 지구행성의 첫 주인 흰개미, 지상 최고의 오케스트라 풀벌레무리 나비….
흔히 무시해 버리기 쉬운 이땅 토박이 곤충들이 저자의 끈질긴 관찰과 따뜻한 시선으로 살아난다.
‘나비는 알(탄생) 애벌레(성장) 번데기(죽음) 성충(재생)의 네단계를 거친다. 번데기는 삶의 끝이지만 어느날 죽음으로부터 재생하여 아름다운 나비로 태어난다. 그 속에서 나는 또다른 세계의 열림을 본다. 그 열림은 애벌레가 숙명적으로 짊어진 생명의 한계성에 도전하여 자기이상의 그 무엇이 되고자 하는 자기초월을 꿈꿀 때 가능한 해탈이다.’
그가 곤충연구를 평생 업으로 삼게 된 것은 국내 곤충 연구가 너무 척박해 내가 한번 해보자는 오기가 발동하면서부터. 취미삼아 연구를 시작했지만 참고할 만한 원색도감조차 변변치 않았다. 곤충의 생태를 알기 위해 식물학 고생물학 지질학 빙하기학 등 각종 기초학문을 파고 들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 곤충종의 분화를 추적하기 위해 히말라야와 중국도 다녀왔다.
그의 6평짜리 비좁은 연구소(고려 곤충연구소)와 33평짜리 집에는 곤충표본 1만여점, 곤충 5000여종의 사진 12만컷, 300여시간 분량의 영상물 등이 가득 쌓여있다.
“인간의 눈이 아니라 곤충의 입장에서 보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도시화로 하루 아침에 서식처를 잃게 된 곤충들의 고통과 혼란이 언젠가는 인간의 몫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