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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임동혁콘서트를 보고]유려한 테크닉 청중 압도

입력 | 2002-01-04 18:12:00


새해 첫날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02 신년음악회의 초점은 17세의 피아니스트 임동혁에게 모아졌다.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도 바로 신년음악회를 통해 고국 무대에 첫 발을 내딛었거니와, 지난해 12월 롱 티보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10대 소년 임동혁 역시 신년음악회를 통해 고국의 청중에게 탁월한 연주력을 보여줌으로써 그에 대한 매스컴의 찬사가 거짓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

작년부터 한국 무대에서 활동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 재일 동포 지휘자 김홍재가 코리안심포니를 지휘한 이날 무대는 임동혁 이외에도 소프라노 박미혜, 가야금의 지애리가 무대에 섰는데 임동혁은 전반부에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을 협연하면서 새해 첫날 콘서트 홀을 가득 메운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당당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등장한 임동혁은 온몸의 기를 손끝으로 모아 처음부터 강렬한 타력감(打力感)으로 청중을 압도했고 소리 하나 하나의 울림에도 색감의 의미를 높임으로써 짙은 슬라브의 내음을 구체화하고 있었다. 훤칠한 키에 아직 10대의 모습이 분명함에도 유려한 테크닉과 자기 흥분에 빠지지 않는 내적 질서는 음악에 대한 깊은 탐구력을 보여준 것이며, 오케스트라와의 감각적인 대화에서도 이미 그는 연주가로서의 충분한 캐리어와 자기 메시지를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임동혁이 지금도 모스크바에서 공부하고 있어 러시아 예술의 진수를 충분히 터득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리듬 처리를 통한 내성의 풍요함과 2악장 안단티노에서의 서정적 울림에 이르기까지 그가 보여준 다양한 피아니즘의 세계는 음악속에 진정한 정신을 담을 줄 안다는 흥분을 맛보게 했다. 그동안 주로 현악기에서 10대 돌풍을 일으켜온 한국의 천재 음악가 그룹에 당당히 합세한 임동혁의 연주는 21세기의 주역을 확인하는 무대였고, 그가 창출하는 맑은 문화의 향기가 혼탁한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위로를 나누어주리라는 믿음으로 다가왔다.

한 상 우(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