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 통합 계획이 여야 합의로 1년 반 유예됨에 따라 보험료 인상폭 결정, 의료 수가 조정, 재정 안정화 대책 등의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적자가 2조원을 넘어선 직장의보의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보험료가 더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직장과 지역건강보험의 재정은 그동안 구분 관리돼 왔기 때문에 당장 큰 혼란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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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보통합 1년半 유예 합의
▽가입자에게 미치는 영향〓재정 통합이 유예됨에 따라 형평에 맞도록 부과체계를 일괄 개편하려던 정부 계획에는 차질이 불가피해졌고 직장, 지역건보 간 보험료 부과의 불평등 문제는 미결상태로 남게 됐다.
특히 지난해 당기 적자가 2조원을 넘어설 만큼 심각해진 직장건보의 경우 상황에 따라 내년도 보험료가 크게 인상(올해 9% 인상 계획)될 가능성을 안게 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통합하더라도 5년간은 회계를 분리해 처리한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었다”며 재정 통합 유예 합의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이후 재정 통합을 전제로 논의돼온 보험료 인상폭 결정, 의료 수가 조정, 재정 안정화 대책 등의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또 당분간 조직만 통합된 상태라 ‘관리 효율화’를 내세웠던 조직 통합의 당초 명분이 무색하게 됐다.
다만 재정 통합을 유보하는 대신 현재 갑당 2원인 담배부담금이 갑당 180원으로 인상되면 4100억원을 건보 재정에 투입할 수 있게 돼 재정 안정화에는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된다.
▽1년 뒤에는〓실시 시기는 유예되지만 통합을 결정한 법률은 유효하다. 따라서 유예기간이 끝나는 2003년 6월말(사정에 따라 7월말이 될 수도 있음) 이전에 통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각계에서 통합파와 분리파 간에 갈등과 대립이 재연될 가능성이 그대로 남는다.
▽반응〓보건복지부는 유예 기간 중 재정 통합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원칙론적 입장을 견지한 반면 건보공단의 직장, 지역노조는 서로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건보공단 전국의보노조(지역노조)는 성명을 통해 “지역에 비해 직장재정이 훨씬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통합이 유예되면 직장의 재정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며 “건보재정 통합유예는 이 같은 현실을 도외시한 정치권 타협의 산물”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건보공단 직장노조는 “재정 분리는 파탄 위기의 건강보험을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그럼에도 여야가 재정 통합 유예에 합의한 것은 보험재정 안정을 외면한 정략적 행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헌주기자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