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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김윤섭/“올곧은 참스승을 찾습니다”

입력 | 2002-01-04 18:30:00


최근 수개월 동안 신문의 광고면을 장식해 오고 있는 각 대학의 ‘교수초빙 광고’를 보면 교수의 사회적 위상과 역할이 대단히 큰 것임을 느끼게 된다.

이들 광고문의 머리 부분에 올려진 교수상은 광고의 선전문에 머무르는 가벼운 문구가 결코 아니다.

그것은 가히 교수가 지키고 나아가야 할 바를 규정한 ‘교수강령’이거나 ‘교수헌장’으로 삼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기원문에 가까운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광고의 제목을 보면, 교수직에 대한 사회적 예우의 의미가 크게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대학이 ‘교수초빙’, 또는 ‘교수님을 모십니다’라는 정중한 문구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수채용’이라고 제목을 정한 대학은 서울대 한 곳뿐인 것 같다.

각 대학은 여러 평가기관으로부터 우수대학으로 선정된 사실을 크게 자랑하고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다. ‘변화와 미래’, ‘비전과 꿈’, ‘젊은 대학’을 내세운 대학들은 장래성이 있는 대학, 미래 발전 가능성이 있는 대학으로서의 사회적 인정을 중요시하며 이에 동참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사람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실력 있는 교수의 응모지원을 놓고 너무나 고심한 나머지 오직 실력만을 보겠다면서 “인맥과 학연은 있으나 실력이 부족한 분은 사절한다”는 광고를 한 경우도 있다. 어찌 보면 교수초빙이 아니라 결격 내지 임용사절 광고로 둔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보는 이를 다소 민망스럽게 하는 표현이기는 하나 공정하고 투명한 선발과정을 보다 확실하게 언명함으로써 학교의 교원인사 방침을 대내외에 천명함을 알 수 있다.

많은 광고 중에서 역시 장원급은 아무래도 교수를 참스승으로 모셔놓은 경우일 것이다. “대학의 자존심을 위해 참된 스승을 찾습니다”, “가르치는 일이 즐겁고 연구하는 일이 행복한 이 시대의 진정한 스승을 모십니다” 등에서는 경건한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만큼 교수 상이 곧 참스승 상으로 그 위상이 확보되었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야 할 터인데 미안하게도 여기에서 멈출 수 없는 압권이 하나 더 남아 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평생의 스승을 몇 분이나 만나셨습니까?…깊은 학문으로 넓은 인품으로 평생의 귀감이 되어준 스승님을 몇 분이나 가슴에 간직하고 계십니까? 큰 가르침으로 늘 배움의 새로운 길을 열어줄 나침반처럼 올곧은 국민의 참스승을 찾습니다. 우리 대학에서 학문의 새로운 지평, 사제의 정을 크고 넓게 열어주실 교수님을 모십니다.”

지난날 나를 키워 주신 스승을 생각나게 하고, 청년의 열정을 지켜왔던 캠퍼스의 모습을 반추케 하는 사념의 순간을 가져다주는 이 글월 앞에 숙연해진다.

교수-학생 간의 관계를 사제의 모습으로 복원시켜 오늘의 혼미한 대학사회를 신뢰와 사랑이 넘치고 학문적 열정이 가득한 대학으로 함께 이끌어 갈 분들을 자기네 대학의 교수님으로 모셔가겠다는 데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김윤섭 경문대 교수·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