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李容湖) 게이트’를 수사 중인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본격 수사를 시작한 특검팀은 20일 남짓한 ‘길지 않은’ 기간에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범죄 사실과 의혹을 밝혀냈다. 특검팀은 1차 수사가 끝나는 다음달 8일 이전에 핵심적인 부분을 한 번씩 짚고 넘어간다는 방침이어서 조만간 관련자들이 줄줄이 소환될 전망이다.
▼관련자 줄줄이 소환될듯▼
▽새로 밝혀낸 사실과 의혹〓특검 수사가 내놓은 첫 번째 성과는 이기주(李基炷) 전 한국통신파워텔 사장의 구속. 이 전 사장은 이용호씨의 삼애인더스 해외전환사채(CB) 발행 과정에서 주간 증권사를 알선해준 대가로 J산업개발대표 여운환(呂運桓)씨에게서 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31일 구속됐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사장을 대우증권 박종수(朴鍾秀) 사장에게 소개해준 것으로 알려진 정건용(鄭健溶) 산업은행 총재도 5일 오전 소환된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H전자복권의 회사 자금 수십억원이 지난해 이용호씨에게 불법 대출된 사실을 밝혀내고 이 돈이 이용호씨가 비슷한 시기에 인수한 ‘리빙TV’의 인수자금이나 주가조작에 이용됐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팀은 핵심 관련자인 H전자복권 전 대표 김모씨가 지난해 9월 중국으로 도피해 진실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계좌추적서 새단서 확보▼
▽수사 전망〓특검팀의 수사는 크게 ‘정관계 로비 의혹’과 ‘검찰 비호 의혹’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4일 “다음 주말쯤 끝나는 계좌추적 결과가 많은 것을 말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특검팀이 이 전 사장을 구속할 수 있었던 것도 이용호 여운환씨 등 이 사건 주요 관련자 11명에 대한 정밀 계좌추적 결과 덕분이었으며 이를 통해 다른 단서들도 상당량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수사는 이를 토대로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承煥)씨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예금보험공사 전무, 임휘윤(任彙潤) 전 부산고검장, 임양운(林梁云) 전 광주고검 차장 등 관련자들을 추궁하는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이 전 사장을 구속하고 H전자복권 관련 의혹을 추적하면서 상처를 입게 된 검찰 수사는 앞으로 특검팀이 새로운 혐의를 계속 밝혀낼 경우 또다시 부실수사 문제가 제기되는 등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록기자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