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스포츠 화제]스포츠스타 배우자들 "우린 이렇게 살아요"

입력 | 2002-01-06 17:21:00

스포츠스타의 배우자들이 건배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왼쪽부터 장재호, 차영주, 권세진, 김민희씨.


새해 벽두. 내로라하는 각 종목 스포츠 스타의 배우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후련하게 속내를 털어놨다. 이른바 ‘안사람들의 점심식사’. 그 ‘수다’의 주인공은 프로축구 성남 일화 신태용 선수의 부인 차영주씨(31)와 프로야구 LG 신윤호 선수의 부인 김민희씨(27), 삼성화재 배구단 신진식 선수의 부인 권세진씨(27). 여기에 ‘외조 으뜸’으로 꼽히는 삼성생명 여자프로농구단 정은순 선수의 남편 장재호씨(34)가 ‘청일점’으로 자리를 함께 했다.

▼관련기사▼

- “때로는 맞아도 주죠”정은순선수 남편 장재호씨



(①결혼기념일 ②자녀 ③가장 기뻤을때 ④자녀가 운동을 하겠다면? ⑤결혼기념일 때 받은 선물중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남자와 여자가 만날때…결혼

차영주(이하 차)〓어휴, 저는 말도 마세요. 집안에서 얼마나 반대가 심했는데요. 축구선수이기 때문에 ‘절대 안된다’고 하시는 거예요. 차라리 야구선수면 결혼시켜주겠다고 하셨어요. 축구선수는 신체적 접촉이 많으니까 다치면 인생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김민희(이하 김)〓물론 집안의 반대가 있었는데 사람 인생이 어디 또 그런가요? 언젠가는 그이가 잠재적인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지난해처럼 잘 할 줄은 솔직히 몰랐어요. 남편이 2000년말에 막내(효수) 태어나면서 충격을 많이 받았나봐요. 막내 낳고 그러더라구요. “이제 우리집 발가락이 50개(다섯 식구)나 된다”고요. 아이낳고 살면서 그이가 “잘 되면 꼭 면사포를 씌워주겠다”고 했는데 지난해 드디어 결혼식을 올렸어요. 식장에서 ‘울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나갔는데 아이들을 앞세우고 남편과 동시입장할 때는 가슴에서 뭔가 울컥하는 게 있더라구요.

권세진(이하 권)〓저는 팬들 때문에 고생 많이 했어요. 오빠가 워낙 여성팬이 많았잖아요. 한번은 한 여성팬이 “죽이겠다”고 학교를 찾아온 적이 있어요. 우린 캠퍼스커플(성균관대)이라 학교안에선 다 알려져 있었거든요. 이 팬이 학교로 날 찾아왔길래 도망가고 난리났었죠. 같은 과 남자선배들이 “세진이 유학갔다”고 거짓말을 해 간신히 위기를 넘겼죠.

장재호(이하 장)〓다들 고생이 많으셨구나. 제 경우엔 제가 운동(유도)을 했었기 때문에 집안의 반대는 없었어요.

#부정탄다?…부부관계

차:95년에 결혼했는데요. 당시 일화 박종환감독님이 “여자를 가까이 하면 안 된다”며 1주일에 딱 한번 집에 보내주셨어요. 경기 끝나는 다음날에요. 그래서 신혼인데도 주말부부된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우리 신랑도 그런 걸 많이 따지는 편이죠. 게다가 신경이 아주 예민해서 잘 때 시계소리 나면 배터리를 빼버릴 정도예요. 지금도 우리 부부는 각방써요. 신경쓰일까봐 아이들을 제가 데리고 자야 하거든요.

김:그래요? 저희는 그런 거 안따지는데(웃음). 우린 떨어지면 못 자요.

장:여자의 경우는 약간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신체리듬이 다 다르죠. 모 선수의 경우는 오히려 생리할 때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한다고 얘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여자대표 선수들을 상대로 테스트한 결과 생리때 더 좋은 성적이 나왔데요.

권:적당히 하죠. 무시할 건 무시하고….

#칼로 물베기?…싸움

권:싸움이요? 안 하면 부부도 아니죠. 우린 싸우면 서로 말을 안 하는 편이예요. 서로 치고 받는 건 없어요. 그러면 안되죠. 배구선수 손은 ‘살인무기’인데….

장:싸우면 경기를 더 잘하는 것 같아요. 다른 데 신경 안 쓰고 경기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인가 봐요. 남자들은 여자와 싸우면 본인만 손해이기 때문에 될 수 있는대로 싸움을 피하죠. 스트레스 쌓이면 어디가서 벽을 쾅쾅 치든지 소리를 지르든지 아내가 안보는 곳에서 풀어요.

김:시즌중엔 한번도 안 싸워봤어요. 싸우기 전에 제가 참죠.

차:우리도 참 많이 다퉜는데요. 설사 태용씨가 잘못을 했다고 해도 항상 제가 먼저 고개를 수그려요. 경기열리기 하루나 이틀전에 숙소로 찾아가 애교 떨고 해서 다 풀어주죠. 그이는 싸우고 나면 경기력에 영향이 미치거든요.

#으이그 웬수…후회

김:말로 그걸 다 어떻게 설명하겠어요. 시즌때 새벽 1시에 들어와 자고 오후 1시에 나가고 나면 그야말로 난 ‘가정부’라는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원정경기다 전지훈련이다 해서 1년에 절반은 나가 있잖아요. 애들 아픈데 남편이 없을때도 후회가 돼요. 남편이 전화와서 “애들 잘 있냐”고 하면 병원에 있는데도 걱정할 까봐 “잘 있다”고 해요.

권:저는 오빠가 갔다 오고, 갔다 오고 그러니까 별로 안 질리던데…. 오랜만에 보면 항상 신혼같잖아요.

차:아이들 낳을 때 남편이 한번도 옆에 없었어요. 첫째 아이는 남편이 병원으로 달려오던 중에 낳았고 둘째 낳을때도 없었어요. 당시 다른 집 남편들이 산모를 주물러주고 그러는 게 어찌나 부러웠던지 절로 눈물이 나데요.

#사소한 것에도 눈물…감동! 또 감동!

차:한번은 경기를 끝낸 남편이 집에 와서 설거지하고 청소해준 적이 있어요. 축구선수들 90분 뛰면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지치는 것 아시죠? 그 힘든 몸으로 들어와서 집안일을 해주는 걸 보고 너무 감동받았어요.

권:오빠가 좀 감정표현에 서툴러요. 그게 항상 불만이죠. 그런데 결혼기념일에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담은 시 몇편을 직접 써서 주는거예요. 정말 기뻤어요.

장:당연히 숙소에 있을 줄 알았는데 아내가 집에 딱 와있을 때 감동을 받았죠. 제가 감동을 준 적도 있는데요. 지난해 여름리그에서 삼성생명이 한창 부진했어요.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줄까”하고 물어봤더니 편지를 써달래요. 편지 한통을 써줬더니 다음날 경기를 이겼어요. 그래서 준결승, 결승때까지 매일 편지를 썼죠. 남자들 돈 안들이고 여자들 감동시키는 방법이 여러가지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편지쓰기예요. 여자는 거기에 뿅 갑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