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 만한 공간을 한 두개의 전구로 비출 수 있을까. 마술 같은 이야기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 바로 광(光)파이프다.
이름 그대로 광파이프는 빛을 전달하는 파이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의 화이트헤드 교수가 1981년 프리즘을 통해 빛을 이동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낸 것으로, 태양광이나 전등에서 나온 빛이 관을 통해 전달되는 동시에 조명에 필요한 빛은 밖으로 투과되도록 만든 것이다.
미국에서는 에너지부가 광파이프를 차세대 조명기술로 선정해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광파이프의 진면목은 미국 에너지부 건물 로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 설치된 광파이프의 길이는 75m. 그런데 여기에 들어간 전구는 5900W 유황 전구 단 두 개뿐이다. 이 정도 공간은 기존의 175W 고압 수은등 239개가 있어야 비출 수 있다고 한다. 전력 소비가 3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이밖에 전등은 외부에 설치하고 조명이 필요한 곳에만 광파이프를 설치하면 되므로 전기로 인한 폭발 위험이 있는 화학공장이나 전구에서 나오는 열에 민감한 냉동창고에 안성맞춤이다.
광파이프의 핵심 기술은 파이프 내부에 코팅돼 있는 프리즘 필름. 여기엔 미세 프리즘들이 연속적으로 배열돼 있어 한쪽에서 비춰진 빛이 반사되면서 파이프를 따라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필름으로 프리즘에서 반사된 빛의 각도를 변화시키면 빛이 파이프를 투과해 실내를 밝게 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전기조명연구센터(센터장 한수빈 박사)는 지난해 말 양산 가능한 프리즘 필름 설계기술을 캐나다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개발했다. 한 박사는 이와 함께 햇빛이 강할 때는 태양광을 쓰고, 그렇지 않을 때는 인공 조명을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광파이프 조명시스템을 화이트헤드 교수팀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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