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미국보다 밝고 희망차다.”
백낙청 교수(서울대 영문과·사진)가 최근 창작과비평사 홈페이지(www.changbi.com)에 미국 9·11 테러사태 이후 남북관계를 전망하는 에세이 ‘밝아올 세상, 밝아진 한반도’를 실었다.
이 글은 70년대부터 분단체제론의 ‘대부’격인 백 교수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처음 밝힌 것인데다, 평소 그 답지 않은 낙천적인 입장을 보여주고 있는 점에서 주목된다.
백 교수는 글 머리에서 “세상이 밝아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있다면 그걸 제대로 탐구하는 일이 절실하다”며 “세상의 어둠이 계속될 위험을 ‘경고’하고 ‘고발’하는 것만으로는 오히려 어둠의 지배를 지속시키는데 이바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점에서 북한이 이라크보다 안전해지고 남한경제가 제2의 구제금융사태로 치닫고 있지 않는 오늘의 현실”을 더욱 주목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그는 “2000년 남북 6·15 공동선언과 화해조치가 없었다면, 북한은 아프가니스탄 버금가는 ‘테러지원국’으로 지목되었을 것이며…한반도의 전쟁위기는 IMF 이후 급속히 해외의존도가 높아진 한국경제에 치명타가 되었을 게 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남북 관계가 ‘답보상태’였다는 일부 지적도 달리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평양에서 열린 8·15 민족대축전은 여러 후유증을 남겼지만 두고두고 은근한 위력을 발휘하리라”는 것. 그러나 “민중의 역량이 제대로 투입될 겨를도 없이 양측 지도자들끼리 신속한 담합을 이루어내는 것은 ‘분단없는 분단체제’로 가는 첩경”이라는 우려도 잊지 않았다.
백 교수는 민간 주도의 통일 흐름을 이어간다면 한반도는 머지않아 “미국보다도 밝고 희망찬 지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자신 비행기를 탄다면 한때 항공안전 2등급 판정을 받았던 한국 비행기를 타지, 미국 국적기를 탈 생각은 없다…우리가 인권과 민주주의, 사회의 다양성과 인간적 포용성 면에서 미국이 못만드는 새로운 인류문화의 한 모범을 만들어내지 말라는 법도 없다.”
윤정훈기자 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