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윤락녀 인권도 인권이다

입력 | 2002-01-06 18:09:00


윤리적으로 지탄받고 법으로 금지된 윤락행위를 하는 여성들일지라도 매매춘 단속 업무를 맡은 경찰이나 구청공무원이 마음대로 인권을 유린할 수는 없다. 윤락녀보다 더 파렴치한 범법자일지라도 법에 따라 진정이나 소송을 낼 수 있고 변호인을 선임해 자기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

서울 천호동 텍사스촌 매춘여성들이 경찰의 인권 탄압과 성희롱을 막아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뒤 경찰이 찾아와 “진정을 한 주동자가 누구냐”며 위협을 하면서 폭언을 했다고 한다. 경찰은 매춘여성이나 업소의 불법행위를 단속할 수 있지만 국가기관에 대한 진정행위의 주동자를 색출해 처단할 권한은 없다.

경찰은 진정의 배후에 매춘 단속을 무력화하려는 매춘업소 주인들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배후에 누가 있든 간에 경찰은 법대로 단속을 펴면 그만이다. 윤락행위를 한 여성은 적법 절차에 따른 수사와 재판을 거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할 수 있고 선도보호시설에 보낼 수도 있다. 매춘업소 주인들에 대해서는 벌칙이 더 무겁다.

매춘 단속의 근거가 되는 윤락행위 등 방지법은 제3조에 ‘이 법을 해석 적용할 때 국민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 법조문에 나오는 ‘국민’은 바로 윤락녀를 의미한다.

경찰은 악덕 포주들의 감금이나 폭행 갈취행위로부터 윤락녀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왕왕 노예매춘을 묵인 방조했다는 추문이 그치지 않는다. 지방도시에서 쇠창살에 갇혀 노예매춘을 하다가 화재로 윤락녀들이 숨진 사건에서는 경찰이 정기적으로 매춘업소에서 상납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 윤락녀 인권침해 사건도 평소 일선 경찰이 윤락녀 인권을 경시하는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미국 국무부는 작년 7월 의회에 제출한 인신매매보고서에서 인신매매 퇴치를 위해 납득할 만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한국을 3등급으로 분류했다. 윤락녀의 인권에 대한 경찰과 사회 일반의 인식이 개선돼야만 인신매매와 노예매춘이 사라지고 3등급 국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진정서대로 매춘여성들에 대해 경찰이 조사를 하면서 범죄수사와 관계없이 나체사진을 찍고 인격 모독적인 성희롱을 했다면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요, 국가폭력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사무처 구성이 안 돼 조사를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 중요한 국가기구를 만들어놓고 머리만 있고 손발이 없는 상태를 언제까지 계속 방치하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