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은 우리에게..'
20대 회사원 김지영씨(여)는 지난해 11월29일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하러 서울 동대문구의 한 동사무소를 갔다가 얼굴이 벌개졌다.
처음 써보는 전입신고서가 낯설어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사적인 전화를 하면서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빈칸을 다 채우라”는 듯 그는 손만 까닥여 신고서의 공란을 가리켰다.
홧김에 동사무소에 비치된 신고함에 ‘이처럼 딱딱하고 고압적인 태도는 마치 주인이 아랫사람을 대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내용의 ‘옐로카드’를 써넣었다. 그러면서도 반응이 있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던 게 사실.
며칠 후 김씨는 동대문구청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사과전화를 받았다. 정중한 사과와 함께 보상하는 뜻에서 5000원짜리 전화카드를 보내주겠다는 것이었다. 원망은 눈 녹듯 풀렸고, 오히려 민망해졌다.
동대문구는 이처럼 적극적인 대민(對民) 행정으로 지난해 상반기 한국갤럽 등 9개 기관의 행정서비스 시민만족도 조사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중 민원행정분야 1위를 차지했다.
청소분야 1위는 관악구. 취임 초기부터 ‘청소 구청장’을 자임한 김희철(金熙喆) 구청장의 닦달에 갖가지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대표적인 것이 쓰레기 수거를 빠뜨리거나 뒤처리를 미흡하게 하는 등 두 번 이상 같은 민원이 반복되면 민원인에게 10ℓ짜리 가정용 쓰레기봉투 10장을 주는 청소불편 민원 보상제. 이밖에 민원 처리결과를 통보해주는 ‘해피콜’, 청소 주민평가제 등도 주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관(官)의 문턱이 아직도 높다 하지만 이처럼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구나’하는 느낌을 주는 지방자치단체도 적지 않다.
주민이 구청과 손잡고 직접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드는 사례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60세 이상 노인 429명으로 구성된 ‘골목 호랑이 할아버지’. 호루라기에 모자와 조끼를 착용한 이 할아버지들의 공식 임무는 골목길 청소, 쓰레기 투기 적발, 불법 광고물 정비, 무단주차 계도 등.
지난해 2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서울 양천구 ‘주부 환경순찰단’도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구석구석까지 시원하게 긁어주는 성공사례로 꼽힌다.정경준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