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본점을 지방으로 옮겨야 하는 시한이 3월 말로 다가오면서 대전과 청주(충북)가 본점 유치를 위해 경합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을 무대로 영업하는 대형 시중은행의 본점을 지방으로 옮긴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형식적 이전’에 그칠 전망.
비영업부서 위주로 본점 전체인력의 약 20%만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조흥은행의 이 같은 계획은 99년 정부와의 약속 때문. 당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지 못해 퇴출 위기에 몰린 조흥은행에 대해 정부는 “지방은행과 합병하고 본점을 대전으로 옮기면 공적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전 명분은 지역경제 활성화. 그러나 당시 공동 집권하고 있던 자민련이 충청은행 퇴출 이후 흉흉해진 충남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해 조흥은행의 대전 이전을 강력히 요구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어쨌거나 발등의 불이 급했던 조흥은행은 정부 요구대로 강원은행 충북은행 현대종금과 합병했고 2001년 말까지 본점을 대전(작년에 ‘중부권’으로 수정)으로 옮기기로 약속하면서 2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아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자민련이 민주당과 결별하자 “어차피 본점을 옮길 거라면 본점으로 쓸 만한 건물이 없는 대전보다는 옛 충북은행 본점 건물이 있는 청주가 낫다”는 얘기가 은행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것.
조흥은행 측은 “현재 두 도시를 놓고 검토중이나 이전규모와 지역이 결정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조흥은행 주가는 4일 5030원으로 공적자금 투입은행으로서는 유일하게 액면가를 회복했다. 99년 조흥은행 지분 80.05%를 3차례에 걸쳐 액면가에 매입한 정부로서는 투자금 회수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