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출신인 고교 2학년생 김모군(17)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의 한 고교로 전학했다. 지방에서는 대학입시와 관련한 정보를 얻기가 힘들고 학원에 다니기도 어려워 부모와 상의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김군의 경우처럼 대학입시에서 손해를 보는 것을 우려한 고교생들이 지방에서 서울로, 서울에서는 강북권에서 강남권으로 줄줄이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지방에서 서울로 전학한 고교생은 모두 3843명으로 2000년 같은 기간의 2966명에 비해 29.6%나 늘어났다. 이는 2000년 증가율인 9.6%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같은 서울에서도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다는 강남으로 전학하는 고교생들이 많아졌다. 지난해 11월까지 강남으로 전학한 서울의 강북 지역 학생은 611명으로 2000년 같은 기간의 468명보다 150명가량 늘었다.
지방에서 온 고교생 중 강남의 학교로 전학한 학생도 2000년 489명에서 지난해에는 677명으로 38.4%가 늘어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대학진학률이 높은 고교와 학원이 밀집한 대치동, 도곡동 일대의 아파트 전세금이 평당 1000만원을 넘어선 것도 이 같은 현상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 가운데에는 실제로 이사는 하지 않고 주소만 옮기는 편법 전학도 많아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말 ‘위장전입자’로 드러난 학생 168명을 적발해 실거주지로 돌려보냈다.
고교생들의 ‘서울행, 강남행 현상’은 대입 전형방법이 다양해져 정보에 밝은 수험생이 대학에 들어가기가 유리하고 실력 있는 학원 강사도 서울, 특히 강남권에 몰려 있다는 판단 때문.
수시모집에서 당락의 큰 변수로 작용하는 각종 경시대회도 주로 서울에서 개최되고 심층면접과 구술고사에 대한 정보도 서울 학생이 지방 학생보다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인식도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내 주요 대학의 수시모집에서는 수도권 수험생 합격자들이 전체의 70∼80%를 차지해 수시모집이 ‘서울 수험생들의 잔치’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2학기 수시모집의 경우 경남 J고는 80명이 서울 소재 대학에 지원했으나 5명만 합격했고 충남 H고도 39명 가운데 5명만 합격했다.
1학기 수시모집에서 모 대학 건축공학부에 지원한 전북 M고 출신 C군은 학생부 석차 백분위 1.7%로 1차에서 2등이었지만 심층면접 성적이 낮아 11등으로 탈락했다. 그러나 석차 백분위 3.5%로 1차에서 12위였던 서울 Y고의 D군은 면접성적으로 만회해 2등으로 합격하기도 했다.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이 고교등급제를 도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방보다는 대학 진학률이 높은 서울 소재 고교에 다니는 편이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만제(朴萬濟) 부산 용인고 진학부장교사는 “대학입시에서 지방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지방 학생의 서울행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