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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이자규제법 제정 왜 표류하나

입력 | 2002-01-06 18:22:00



서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출발했던 이자규제 법안이 표류하고 있다. ‘대부업등록 및 금융이용자에 관한 법안’은 국회 본회의는커녕 재정경제위원회에서도 통과하지 못해 의원들의 서랍 속에 들어 있는 상태. 여야 의원들은 행정부, 시민단체, 사채업자 모두가 수긍하는 이자상한선 설정이 어렵게 되자 “해봤자 생색은 안 나고 욕만 먹는 법안을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는 표정이다.

▽정치권의 딜레마〓정치권은 당초 정부안대로 이자상한선을 60%로 하고 시중금리 추이를 봐가며 그때그때 30%포인트를 더하거나 빼서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당장 참여연대와 소비자단체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안대로 90%를 법정 상한선으로 정할 경우 법이 고리사채를 보장하는 것밖에 안 된다”(참여연대 박원석 시민권리국장)는 것.

이에 따라 정치권은 이자상한선을 40%대로 낮출 것을 검토했다가 다시 정부의 반대로 취소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를 하면 사채업자들이 음성적으로 영업을 할 것이 뻔한데 이는 법 제정 취지와 맞지 않다”(금융감독원 조성목 비제도금융팀장)는 반론이 제기된 것.

▽우선 양성화 필요〓금융감독원 정기승 비은행감독국장은“사금융의 평균이자율이 235%이고 300%이상을 받은 업자들도 수두룩하다”며 “신용금고의 소액신용대출 이자율이 60%임을 감안할 때 상한선 40%는 경제문제를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자세”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박원석 국장은 “돈을 빌리는 사람이 약자인 사채시장에서 시장 평균이자율만 강조하는 것은 정부가 불공정한 현실을 인정하는 태도”라고 비난했다.

사채업자들은 100%이상을 주장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사금융업체인 대호크레디트 강석일 전무는 “높은 조달금리(24∼30%)와 대손율, 광고비, 인건비, 사무실유지비 등을 감안하면 100%이상 이자율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양지로 나갈 사채업자는 한 명도 없다”고 주장했다.금융연구원 김병덕 박사는 “고리 사채는 소비자금융이 발달하지 못해 나타난 현상”이라면서 “이자제한법으로 성공한 일본의 예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83년 이자제한법을 도입해 초기에는 이자상한선을 109%로 정한 뒤 사채업자들의 양성화를 유도, 이를 차차 낮춰 현재는 29.2%까지 내렸다. 등록 대금업자로 변신한 사채업자들은 현재 일본 각 도심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떳떳하게 영업 중이다.이병기기자 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