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지난해 말부터 뛰기 시작한 주가가 거래일 기준으로 7일 연속 상승하며 무려 103포인트가 올랐다. 몇 차례 조정국면을 예상한 증시 전문가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단 한 차례의 망설임도 없이 지난해 최고 지수였던 715를 돌파해 단숨에 750선에 다가섰다. 외국인들이 매수를 주도하고 있어 ‘글로벌 유동성장세’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례2〓지난해 12월부터 이상 조짐을 보이던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값은 이제 논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렀다. 한달 새 1억원 이상 뛴 아파트가 수두룩하고 일부 대형 평형은 2억원씩 오르기도 했다. 가격이 너무 오른 탓에 팔려는 사람도, 사려는 사람도 없는 실정이다.
연초에 나타난 이 두 가지 사례는 급락과 급반등을 반복하는 ‘냄비경제’ 체질을 재확인시켜 주면서 올해 한국경제에 대한 몇 가지 암시를 던져준다.
현재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결정적 열쇠는 수출이 쥐고 있고, 그래서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경기회복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회복은 우리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출경쟁력 강화와 같은 장기 목표를 제외하고 단기적으로 한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 카드는 내수진작밖에 없다. 정부의 내수 살리기에 힘입어 미미하지만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올해 한국경제에 커다란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올해는 선거의 해이다. 양대 선거를 치르면서 정치논리가 경제에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사회 전체가 흥청망청 분위기에 휩싸일 수 있다. 월드컵과 아시아경기 때문에 1년 내내 들뜬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다.
1987년 대선을 치른 뒤 한국경제는 엄청난 부동산값 폭등을 경험했다. ‘체제를 위협할 정도의 집값 폭등’(당시 문희갑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한 고육지책으로 정부는 분당과 일산에 대규모 신도시를 만들었다. 선거의 해에 돈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교훈이다.
올해 경제를 바라보는 핵심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정부가 경기활성화를 위한 재정정책을 어느 시점에서 거둬들이느냐의 문제이다. 만약 경기가 이미 저점을 통과해 상승하고 있는데 계속 돈을 푼다면 그 후유증은 향후 몇 년간 한국경제를 짓누를 것이다. 선거를 의식한 선심행정이라는 비난도 피할 수 없다. 인플레에 의한 성장이 가능해지면 기업의 구조조정 노력도 멈추게 된다.
한국은행은 이번 주 목요일(10일) 올해 통화정책을 발표한다. 선거의 해에 돈줄을 쥔 중앙은행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김상영 경제부 차장 you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