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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책 가까이한 큰도인”…스님모신 김광명화 보살회고

입력 | 2002-01-06 18:40:00


“먼저 기쁘게 가신 스님, 나중에 뵙겠습니다.”

한국불교의 ‘선맥(禪脈)’이라 불리는 혜암(慧菴) 종정과 그의 스승 인곡(麟谷) 스님을 연이어 모신 올해 103세의 김광명화(金光明花) 보살. 그는 혜암 스님과 작별하던 날 “우리 스님은 참말로 큰 도인”이라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40년 가까이 큰스님을 곁에서 지켜봤지만 단 한순간도 수행자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제자들에게는 무서운 호랑이이면서도 재가불자(在家佛者)에게는 콩 한 톨도 손수 나눠주는 자비심 가득한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스님은 열반하시기 전까지 평소 자신이 기거하던 미소굴 앞마당을 손수 비질하셨다. 그리고 당신의 방안에는 이불도 베개도 없이 달랑 좌복 하나뿐이었다”고 전했다. 또 “스님이 항상 ‘공부하다 죽는 것이 제일 행복하다’고 하시며 ‘화두(話頭)를 놓는 순간 산송장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가르쳤다”고 회고했다. 6·25전쟁 당시 인곡 스님을 만난 그는 60년대 초 인곡 스님 입적 이후 제자인 혜암 스님 곁에서 그림자처럼 수발해 왔다. 요즘은 해인사 원당암 옆 광명당(光明堂)에 머물고 있는 그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귀가 약간 어두울 뿐 아직도 건강하다”며 웃었다.

해인사〓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