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에서 지구촌의 축제인 월드컵 대회가 열리는 해. 교통문화만큼 한 나라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드물 것이다. 지난 6년간 ‘교통안전 시리즈’를 연재해 온 동아일보는 올해 주제로 ‘가자! 교통선진국’을 정했다. 사고가 잦은 지역에 대한 원인 분석 등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찾고 선진국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게재 지면은 C섹션에서 A섹션으로 옮긴다.
3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맞은편. 지하철 2호선 성내역 방면에서 나온 승용차 한 대가 종합운동장 쪽으로 가기 위해 끼어들기를 시도하려고 멈춰 섰다.
끼어드는 차선은 버스전용차로여서 끼어드는 부분이 점선으로 표시돼 있지만 10m도 못 가 실선으로 바뀐다. 갓 출발한 느린 속도의 차가 10m이내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들을 뚫고 다시 일반차로로 끼어들어야만 직진신호를 받을 수 있다.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버스를 보며 2개 차로를 연속으로 끼어드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겁 많은 초보운전자는 사고를 내기에 안성맞춤입니다.”(운전자 이모씨)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은 성내역에서 나온 차량이 어느 정도 속도를 내며 끼어들 수 있도록 인도를 약간 깎아 진입차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관할 송파구청은 “인도 폭을 줄이는 것은 시민들의 보행환경을 해칠 우려가 있어 어렵다”며 난색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택시다. 출퇴근 시간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불편한 송파구 풍납동과 강동구 천호동 주민들은 성내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는 경우가 많다. 이 택시들은 반대편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성내역에서 나온 뒤 약 50m 거리에서 4개 차로를 뚫고 들어가야 도로 안쪽의 U턴 차로로 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사납금을 채워야 하는 택시 기사들은 뒤에서 달려오는 차량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위험천만한 끼어들기를 시도하게 된다.
안전관리공단 관계자는 “삼거리에서의 U턴을 금지시키고 약 300m 더 지나 ‘평화의 문’ 삼거리에서 유턴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서도 송파구청은 “왜 가까운 거리를 돌아가느냐”는 지역주민들의 항의를 받을 수 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구청 측은 명확한 대안은 제시하지도 않은 채 “경찰에서 제대로 된 사고조사 자료를 못 받았다. 해결책을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만을 반복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000년에는 이 지점에서만 52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19명이 중상, 21명이 경상을 입었다. 그래서 그 해 ‘서울시내 교통사고 최다’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송파구 오금순환교차로는 보행자의 무단횡단으로 사망사고가 많았던 곳이다. 이 문제는 송파경찰서에서 방이교차로를 연결하는 고가도로에 보행방지시설을 설치해 해결했다.
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곳이 한 군데 있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올림픽공원 교차로 쪽으로 달리다 보면 오금순환교차로 입구에서 제일 바깥쪽 차로가 차량 2대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어진다. 그런데 100m도 못 가 순환교차로가 끝나는 부분에서 다시 차로가 좁아지는데 여기서 고가도로에서 나온 차량과 만난다는 것. 즉 차량 3대가 한 개 차로로 들어가야 하니 접촉사고가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이 곳은 왕복 8차로로 제한속도가 60㎞이지만 차량들은 평균 75.7㎞(안전관리공단 측정)로 달리고 있어 고가도로에서 나온 차량을 미처 피하지 못 하고 충돌하게 된다. 주된 피해자는 도로에 맞닿아 있는 현대아파트의 주민들.
관할 송파경찰서는 노폭이 넓어지는 곳에 안전지대를 확보해 차량이 한 대만 지나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고가도로에서 진입하는 차량의 충돌 위험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안전관리공단은 또한 과속을 방지하기 위해 무인감시카메라를 설치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자문위원단〓내남정(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신부용(교통환경연구원장)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김태환(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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